■ 문화가 희망이다.

2. 한지의상디자이너 전양배.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낸 10년. 이제는 한지의 본향인 전주를 대표하는 한지디자이너로 한지의상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전양배(42·사진) 한지의상디자이너.

최근 한지의 우수성이 이슈화 되면서 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패션을 “작은 건축”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물에 세탁해도 되나요?”, “비를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아직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조금 섭섭하다는 그는 메고 나온 알록달록한 한지넥타이를 가르켜 보였다.

“실크로 된 넥타이는 드라이 크리닝을 감수하면서 굳이 한지넥타이는 물에 빨려고 하는지 조금은 섭섭하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막연히 건축을 공부하고 싶었던 한 소년. 혼자서 새벽까지 공책에 초상화를 그려오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고 또 의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작은 건축인 패션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의사셨던 아버지의 반대를 우려해 며칠을 고민하다 말씀 드린 패션공부. 그러나 너무도 흔쾌히 지지해준 아버지 덕분으로 대학교 시절 하고 싶던 공부를 마음 편히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한지와의 숙명적인 만남은 1998년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한지로 처음 옷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옷으로써의 실용성보다는 이색적인 작품의 소재로 처음에는 생각했었다고 한다.

한지의 대한 고정관념을 돌파하고 다른 소재로 표현해 낼 수 없는 한지의 우수한 표현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는 그는 “수의나 웨딩드레스로써는 충분히 산업화에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저가의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대량생산만이 결코 한지문화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함께하면 산업화는 빨리 이뤄지겠지만 전통을 고수하면서 고급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면서 한지의상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해 스웨덴 한인회 초청으로 열렸던 행사에서 자신의 한지 작품으로 카렌 연출자는 한지를 가지고 잠든 아이를 덮어주면서 또 다른 피부처럼 포현해낸 연출력을 보고 한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왜 한지의상을 디자인 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남들이 하기 귀찮아 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 뿐이다”라고 말하는 전양배 한지의상 디자이너는 한지의 본향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1세대이다. /송근영기자·ssong@

▲ 전양배 디자이너는=
전주출신으로 우석대 패션디자인학과와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 의상디자인과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교 미술학과 의상디자인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실력파다.

어린시절 흥미있어 새벽까지 공책에 독학으로 그리면서 익혀온 미술 실력이 평생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하는 밑걸음이 됐다는 그는 한자수의 등 6개 한지관련 특허를 획득하며 한지디자이너의 선봉에 서있다.

현재 전주패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양배 한지의상 대표와 고려한지수의 대표로 한지의상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또한 군산대학교 겸임교수와 원광대학교에서 섬유에 관한 강의로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5문화훈장 수여식 한지두루마기 제작, 2005한지연극 ‘한지 입은 광대’, 2006년 한지연극 ‘다시래기’등을 참여하기도 했으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전주시립극단의 20여회 의상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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