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을 살립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있지만, 전북지역 재래시장엔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제수용품 등을 사기 위한 손님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지만, 최악의 불경기와 대형마트과 인터넷 쇼핑몰 등의 시장장악력이 커지면서 재래시장은 ‘엎친데 덮친격’ 썰렁하기만 하다. 전북도 등 지자체와 전북중소기업청, 대기업, 소비자 단체 등이 공동상품권을 구매하는 등 재래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는 한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은 ‘찻잔 속에 태풍’에 불과할 뿐이다. 재래시장을 찾는 ‘지역민 장바구니’가 너무도 간절해지고 있다.
▲지자체·유관기관 캠페인 전개=전북도는 설 명절 기간 동안 재래시장 공동상품권의 5% 할인을 통해 상품권의 15억원 판매 목표를 달성키로 했다. 시군 지자체와 기관, 단체, 기업 등도 상품권을 이용키로 했다. GM대우 역시 노·사가 합심해 2억5000만원어치 공동상품권을 구입했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은 설 명절을 맞아 22일 도내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장바구니 무료 배포와 제수용품 등 구매 운동을 전개한다.
일선 시군에서도 상인회와 협력, 시장별 특색 있는 자체 특산품을 선정하여 반짝 세일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공동마케팅 행사를 통해 고객 중심의 시장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외면당한 현대화 시설=전북도 등 지자체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년째 현대화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민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 전북도는 도내 69개 시장에 총 1천340억원을 투입, 아케이드, 재건축, 주차장 확충 등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별 특화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고객유치에 실패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에 길들여진 시민들의 외면은 재래시장 상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제수용품을 팔고 있는 상인 이모씨는 “명절을 앞두고 있어도 손님이 없으니 정말 죽을 맛”이라며 “현대화 시설을 갖춰봤자 시민들이 찾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이 나섭시다=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가 조사한 4인가족 기준 주요 설제수용품 구입비용은 재래시장이 13만0362원으로, 백화점(20만496원)과 대형할인마트(17만4484원), 대형슈퍼(16만1727원)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재래시장 대신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을 더 선호하고 있는 형편이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의 경우 특설매장에서 건강식품과 갈비세트 등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농협하나로클럽 전주점 등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선물세트와 청과 등 농산물로 불경기 속에서도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반해 도내 최대재래시장인 남부시장과 중앙시장 등 과거 호황을 누렸던 재래시장들은 찾지 않는 손님들로 가슴을 내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남부시장 상인 김모씨는 “지자체와 기관, 사회단체 등 상품권을 공동구매해 우릴 돕는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새발의 피 밖에 더 되겠느냐”며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발길뿐”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신용카드사들이 다음 달부터 재래시장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2.0~3.5%에서 2.0~2.2%로 백화점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어서 재래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기대되고 있다. 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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