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이상 잠을 잤던 장자. 항상 꿈속에서 자신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을 수 있었다. 자신의 사람인지 나비인지 알 수 없지만 장자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은 끝이 없었다. 화가가 장자가 되고 소재가 나비가 된다.

전북출신인 한국화가 양현식씨가 불혹의 나이 40에 ‘장자의 나비 꿈’을 선택했다. 11일부터 17일까지 단성갤러리에서 열리는 양현석씨의 두 번째 개인전은 작가의 이상향과 현실이 교차된다. ‘마흔, 나비를 보고 꿈꾼다’란 제목을 내건 작품들은 수묵담채이지만 현실과 이상향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했다.

겨울날 밤, 화가는 불면의 밤으로 한지와 나뭇결에서, 그리고 백자토 위에 자신만의 나비를 틀고 힘을 모았다. 이러한 나비는 때로는 따뜻한 봄나비로, 때로는 거친 자연과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승화시킨다.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나비란 주제아래 다양한 미술언어를 올려놓은 것도 작가의 치밀한 준비성이며 다양한 목소리다.

그래서 거친 듯 하면서도 나지막하게 나비 특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낸 작품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새로운 세상인지 모른다. 더욱이 불타버린 숭례문에 나비가 나는 모습은 현실 고발적인 사상이 그대로 반영돼 새로운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가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 열정적이다.

상지 영서대 전영철교수는 서문을 통해 “낮에는 유치원 아이들과 생활하고 밤에는 그만의 작업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니 그의 삶 자체가 서정적인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개했다.

한지는 물론 광목, 장지, 그리고 나무와 흙 등에 피어나는 나비를 형상화한 작품은 작가의 고뇌를 그대로 반영시켜놓았다는 평이다.

섬진강과 회문산 자락을 배경으로 태어난 화가는 우석대 동양화과와 단국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강화도 초지진 앞 김포에서 유치원 아이들과 생활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섬진강의 서정’이란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미술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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