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재개발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나라당 진영의원

먼저 만남의 기쁨을 나눠야할 지난달 설명절을 앞두고 용산 재개발 제4구역의 비극적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부상자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 이번 사고는 제가 수 년 동안 이발을 하러 다니던 대중목욕탕인 ‘용산탕’ 바로 옆 건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새 도시를 건설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불타오르고 희망의 꽃이 피어나야 할 곳이었습니다.

저는 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 현장을 지켜봤고 지난 1월 22일에는 순천향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였습니다.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들의 슬픔과 분노는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조문마저 막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잘못을 지울 수 없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찰 진압과정에 대한 조사와 책임규명이 끝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사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 이 사건에서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가지고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대한민국이 과거로 역주행하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도시 재개발은 땅과 건물을 소유한 사람, 건설사에게만 개발의 혜택이 돌아가는 그들만의 잔치였습니다. 지주들에게 로또를 안겨주는 현행 재개발방식은 상가세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극한투쟁으로 내모는 원흉이 되어왔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부터 심화된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재개발 방식을 개혁하여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통계청은 그동안 주택과 교육, 노동시장에서 수요를 증폭시켰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5년 내지 10년 안에 시작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매년 50만호 건설이라는 주택정책의 재검토와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 위주의 공급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사회ㆍ경제의 거시적 흐름에 맞춘 새로운 재개발 정책을 검토해야합니다.

먼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개발법’, ‘도시재정비촉진법’ 등으로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는 도시정비 사업과 주택개선관련법을 통폐합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주거지나 상업지 등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법체계로 정비해야 합니다.

둘째, 사업자와 조합원 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속도중심의 개발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신주쿠 부도심 개발은 협상기간만 17년이 걸렸고, 영국 도클랜드 지역 재개발에는 18년이 소요됐습니다. 따라서 대화와 협상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주민의 적극적 참여 속에 투명하게 추진되는 개발방식을 마련해야합니다.

셋째, 오랜 시간 장사를 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세입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현실화되어야합니다. 일본은 땅 값 형성 과정에 주인과 거주자, 임차인의 기여도에 따라 재개발시 30%의 기여보상비를 지급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세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한 상인들에 대한 보호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습니다. 철거민이 새로운 토지와 건물을 확보하여 주거 및 영업활동을 어느 정도 유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넷째, 소유주 등 일부가 조합을 구성하는 현행방식은 사업과정에 많은 갈등과 충돌을 유발하므로 공공개발방식을 도입하여 조합 비리를 차단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사업진행에 대한 주민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궁지에 몰린 철거민을 선동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외부세력의 조직적 개입을 근절해야합니다. 쫓기는 철거민을 담보로 폭력을 조장하고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전철연의 투쟁방식은 사라져야합니다.

정치권도 무분별한 선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여당은 책임 있는 자세로 서민의 고충을 해소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야당 역시 지난 10년간 재개발 대책을 방치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자중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말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총체적 발전에만 목소리를 높였을 뿐 그 발전의 혜택이 가난한 사람이나 취약계층에게 얼마나 나누어지는지에 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취약계층을 위하여 획기적인 재개발 정책을 다시 세움으로써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를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 번 한을 남기고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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