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활동 50년인 시인 김현섭씨는 문학계의 은자다. 지난 1959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전북일보 지령 3천호 기념 현상문예 시부 당선된 이후 한번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집을 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으로 다져지고 안으로 단련된 시작(時作)활동은 1994년 제 10회 자유문학 시인상 시부 당선을 가져왔다.

그러나 김현섭씨는 자신의 문필활동 50여년만에 도서출판 천산에서 ‘봄날의 혀’란 첫 시집을 펴냈다. 반평생을 시와 함께 한 저자의 첫 시집이란 평가도 있지만 시인은 그만큼 시작에 대한 고통을 가슴으로 안고 살아온 셈이다.

시에 입문한지 50년, 그리고 등단한 지 15년 만에 내놓은 시집은 노작이다. 평생 동안 가슴앓이로 살아온 시인은 올해 고희를 맞았다. 그래서 시집에도 7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저자가 늦깍이의 변으로 내놓은 시는 ‘우리 어머니를 닮았나보다’다. ‘어머니는 나를 마흔넷에 낳으셨다 / 무슨 작심을 하시고 그 나이에 나를 낳으셨는지 / 지금도 궁금할 뿐이다(중략) / 매사를 생각하는 것이나 짓거리가 / 항상 뒤처져 모자란다 / 환갑을 넘겨 문단에 들어선 걸 보아도 그렇고 / 보잘것없는 작품으로 이제야 첫시집이랍시고 펴낸 걸 보아도 그렇다(중략).

저자는 그만큼 늦깍이의 첫 시집이 부담스럽다는 변이지만 70여편의 시는 세월과 함께 살아온 역사처럼 단단하고 튼실한 힘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사물에 대한 관조와 인간에 대한 탐구를 벗어나 진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살이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한편의 한국화를 보는 것처럼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신세훈씨는 서문에서 “담담하고 어엿한 숙성된 서정시뿐 아니라 잘 발효된 이 한 권의 서정시야말로 현대 한국 서정시 100주년 세계의 당세 1류급 시인 상품임을 이정한다”고 소개했다.

한 눈팔지 않고 시속에서 세상을 발견하고 홀로 걸어온 길이 평가받는 출판물이다.

시인이자, 아마추어 가수, 그리고 사진작가와 서예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저자에 대해 오하근박사는 시해설을 통해 “시인은 언제나 늙어 철이 드는 가라는 의문은 시인은 언제나 시를 그만 쓰는가라는 질문으로 교체할 수 있다”며 “무의식의 악몽을 형상화하여 예술로 승화시키는 시인은 착한 족속이다”고 평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자유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전북경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숨어사는 한 작가의 70평생 담아온 발자취에 대한 역사서와 같은 글들이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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