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의료기를 생산하는 K사 대표 A씨는 시설투자비로 1억원이 부족해서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본부를 찾아가 융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불경기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올해 책정된 일 년 예산이 4개월여 만에 이미 동이나 접수를 마감했기 때문이다. A씨는 “시설에 투자하는 데 1억원이 모자라 도움을 받아볼까 해서 왔는데 자금이 다 소진됐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추가 예산이 빨리 세워지지 않으면, 높은 이자를 주더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도내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마저 고갈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경영안정자금이나 시설투자비 등이 필요해 지원기관을 찾아가 융자신청을 해보지만, 자금부족으로 눈물을 머금은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7일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지난해보다 39%가량 늘어난 총 1394억원이 책정됐지만, 신청금액은 535개 업체에 2941억원에 달한다. 중진공 전북본부는 신청업체 중 예산보다 약간 초과한 1552억원(358개 업체)에 대한 예산을 집행 중이지만, 이후 초과된 금액에 대해서는 융자신청을 마감한 상태다. 일년치 예산을 사실상 4개월여 만에다 소진했어도, 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현재 전북본부는 지원이 결정된 업체 중 절반 이상 53.4%에 대한 집행을 마무리했고, 다음 달이면 모두 집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정책자금이 빨리 소진된 데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자금수요가 폭증한 데다 은행권 대출이 여의치 않으면서 자금수요가 정책자금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이 전부 소진되면서 하루에도 10여개 안팎의 기업인들이 융자신청을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포장지를 생산하는 M업체 대표 B씨도 이날 설비자금 2억원을 빌리려고 중진공을 찾았지만,신청이 마감됐다는 말만 들은 채 되돌아 가야만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수요가 급증한 운전자금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추경을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 1조원 및 소상공인지원자금 5000억원을 증액키로 했다. 빠르면 다음달께 추경예산이 잡힐 전망이다. 그러나 시설자금에 융자하는 신성장기반자금,창업초기기업육성자금,개발기술사업화자금 등의 증액은 제외된다.
안승현 팀장은 “올해 한해동안 써야할 자금이 불과 4개월여만에 전부 바닥이 나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융자를 받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회복에 대비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면 시설투자와 관련된 정책자금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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