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전북도교육청에 한 장의 청원서가 도착했다. 섬마을 전체 주민들의 친필 서명이 담긴 이 청원서에는 섬마을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을 다른 학교로 보내지말고, 더 남아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급기야 마을주민을 대표한 몇몇 주민들이 배를 타고 육지행을 감행, 도교육청에 찾아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했다. “교장선생님을 우리 곁에 있게 해달라고”
 마을 사람들이 애를 태운(?) 주인공은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리 비안도초등학교의 최일광 교장.
 4년전인 2006년 3월 이곳 비안도 초등학교의 부임을 자원한 최 교장은 섬에 함께 온 부인 이경희씨에게 1년 동안만 섬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 뒤 육지에 나가서 팔순 노모를 모시자고 약속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이 7명, 교사 2명인 작은 학교이기에 최 교장의 애착은 남달랐다. 우선 열악한 학교의 교육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부족한 기초학력 보충은 물론 예체능교육, 영어교육 등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장 본인도 평교사가 돼 활동했다. 또한 학교에만 처음 개통된 인터넷을 섬주민은 물론 다른 기관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등 학생들은 물론 섬주민들의 문화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부부가 약속한 1년이 지나고, 육지학교로 나갈 채비를 하던 중 최 교장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한글을 모르는 비안도 사람들이 육지에 나가면 시내버스를 타지 못한다”는 한마디였다.
 1년만 더 머무르면서 마을사람들에게 한글을 지도하고 나가자고 당초 계획을 1년 뒤로 미룬 두 부부는 마을 사람을 설득해 한글평생대학을 개강했다. 변변한 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섬지역의 특성상 강의는 20여년 도안 교회 중등부 교사를 했던 부인 이씨가 직접 나섰다.
 그렇게 1년, 마을 사람들은 이제 육지에 나가서 시내버스 타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육지에서 온 우편물을 읽어달라고 더 이상 발품을 팔러 다니지도 않는다. 부인 이씨는 평생대학을 운영하면서 마을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바닷가에서 조개도 캐고, 나물도 캐고, 음식도 함께 만들어 나눠먹는다. 마을사람들에게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공간만이 아닌 문화센터가 됐다.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집보다 더 즐거운 곳이다. 최 교장이 아무리 개교기념일의 의미를 잘 설명해도 다음날 학생들은 어김없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와서 논다. 이곳 섬마을 아이들에게는 개교기념일은 물론 어린이날, 방학까지도 학교는 의미가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최 교장은 방학이면 독서지도는 물론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려해 문제집 풀이 등 학습지도를 직접 나서서 시키고 있다.
 섬이지만 육지 어디에 내놔도 실력은 상위급이라는 게 최 교장의 자랑. 실제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성취도 평가에서 전교생 평균 93.8점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같은 최 교장의 숨은 노력은 올해 제2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에게 주는 상인 대통령 표창으로 보상받기도 했다.
 이번 표창에 대해서도 최 교장은 “여기에서 살믄 누구나 그렇게 헐판인데...”라며 소박한 웃음으로 대신했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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