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이 올린 소지와 그에 대해 관이 내린 제사를 간략히 치부한 책을 일컫는 민장치부책은 한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릇이다.

최근 부안문화원에서 나온 ‘부안민장치부책'은 1901년 3월부터 8월까지 부안군의 민중들이 부안군수에게 낸 소지와 그에 대한 군수의 제사를 간략히 기록해 둔 책으로, 원본은 '민장치부책'으로 이름으로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조선후기 이래로 부안군에서 펼쳐졌던 지방통치제도, 재판제도, 사회관계를 엿볼 수 있으며 갑오개혁과 광무개혁을 거친 격동기의 부안민들의 삶의 변화, 사회적 관계 변화, 그리고 국가통치 체제의 변화와 사법제도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현재 전주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1902년 부안군 소산면 주민이 부안군수에게 올린 ‘등장'등도 방대하게 소개돼 있어 관련학자는 물론 문화관련자들에게 부안군을 제대로 알리는 길라잡이란 평이다.

동시대의 부안군민들의 생생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민장치부책에는 여성들에게 비해 많은 남성이 소지를 냈지만 여성들도 싸움과 구타한 인물을 고발하고 안방에 침입한 사내 등을 고발하는 내용등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여성의 위치도 점검해 냈다.

부안문화원장 김원철씨는 발간사를 통해 “옛 조상들의 삶의 현장을 온존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라며 "우리 지역의 조상들이 남긴 문화자원과 지난날의 역사를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발간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책은 민형사상의 소장보다 훨씬 넓은 범주의 문서들이 담겨져 있어 조선시대 통칭인 소지로 칭하고 있어 대한제국때 부안군에서 민장등의 문서를 정리했다.

번역에 참여한 김선경씨는 이 책이 갖는 의미에 대해 “1901년 근대 초기 격변기에 부안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의 삶의 조건을 형성하는 국가 제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선경씨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그동안 ‘한국지방자료총서-민장편??등에서 편집과 해제를 맡아 이 분야에 권위있는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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