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고무줄 양형’논란을 없애기 위한 중대범죄들에 대한 양형 기준이 1일부터 적용된 가운데 일선 판사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뇌물과 횡령, 배임, 살인, 성범죄, 강도, 위증, 무고 등 8개 범죄에 대해 이날부터 기소되는 사건에 대해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 기준을 적용해 판결한다고 밝혔다.

양형 기준은 범죄별로 사건 유형을 분류한 뒤 각각의 형량 범위를 정하고 재범 여부나 가담 정도, 범행 동기 등에 따라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안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들이 존중해야 하는 가이드 라인으로, 양형 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할 때는 판결문에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 대부분은 이 제도가 그동안 이어져 왔던 검찰과 법원과의 갈등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법부무와 검찰 쪽에서 추진한 것이 바로 ‘고무줄 양형’을 줄이고자 건의한 것이라는 것이 일선판사들의 말이다.

양형에 각 독립주체인 판사들의 가치관, 세계관이 담겨있는 양형을 획일적인 틀에 갖다 맞춘다면결국은 검찰의 형량에 맞춘 구형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생계형 강도사건의 경우 집행유예형이 아닌 일괄적으로 징역형을 살게 되는 경우 상습적인 악질강도범이나 생계형강도범의 차이를 어떻게 둔다 든지하는 문제다.

모든 것이 검찰의구형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전주지법 모 판사는 "양형기준제 도입은 우리 법원에서 추진한 것이 아닌 검찰에서 추진한 것이다. 각기 사람마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정상참작부분이 충분히 다른데 어떻게 그 사람들을 똑같이 처벌할수 있겠나"고 우려했다.

한 판사는 “약식기소 등의 사건의 경우 판사가 판단해 직접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기소하면 거기에 맞춰 처벌만 내리면 되는 경우가 되는, 검찰에 맞춘 양형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판사는 “법원의 양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낸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이 기준제가 검찰의 힘만 더 키워주게 될까 우려된다”며 말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법조계 밖에서는 기준제 도입에 대해서 형량 감경, 형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변호업계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분명한 반발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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