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문화는 왜 정체되어 있는가?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민병록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정상으로 향하는 많은 터널 중 한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온 감회에 잠시 젖어보기도 했다. 7년 전 전주국제영화제를 이끌어오면서 제일 주안점을 둔 것은 전통문화도시 전주에 어울리는 영화문화의 수준을 세련되고 격조 높고 아름답게 성장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지루한 개막식을 단축하기 위해 통역시간을 줄이고자 원고를 번역해서 자막을 투사해 많은 시간을 단축했고, 공연도 15분 정도로 간소하게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어 동시통역을 통해서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로 전환 시켰다. 올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외국영화제의 관계자들이 영화제의 운영과 행사의 규모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하여 높이 평가해주어 의도한 만큼 변화를 거둔 성과라고 자평해 본다.
 그러나 11회를 준비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첫 해로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모든 부분을 조정하여 세계 속의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인들과 시민들은 보다 즐거운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을 주문을 하고, 어떤 영화인들은 화려한 규모의 행사를 권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역동적이어서 급하고 변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좇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자동차문화의 예로 들어 살펴보자. 도로에서 남보다 빨리 가려 하고, 창문을 열고 담뱃재를 거리에 털고, 다 핀 담배를 버린다든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행동에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 교통사망자수가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지 아니한가. 필자가 30여 년 전에 일본 동경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일본의 교통문화는 잘 길들여진 군인들 같이 일사불란하게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있었고, 자동차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한 세대가 지나가면 따라 가겠지 하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오늘 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전자기술은 일본을 따라잡을 정도로 놀랍게 성장을 했지만 문화의 수준은 그대로 정체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고 왜 변화되지 않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도 이를 잘 알면서도 자동차 업계의 눈치를 보아야하고, 선거에서 국민의 표에 눈치를 보다보니 실행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업의 눈치나 선거를 의식하지 말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경제와 문화의 밸런스가 무너져 기형화될 것은 자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문화의 현실도 우리나라는 세계10위권 안에서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독일 등과 중위권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표현 방식이나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도 후진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주국제영화의 슬로건은 자유 독립 소통으로 무절제 된 상업영화보다는 실험적이고 미학적이고 절제된 예술영화들을 10년 동안 소개했기 때문에 매년 관객들이 증가하면서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의 확립과 함께 표현의 다양성을 통해서 조금씩 영화문화의 의식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수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장편영화와 단편영화들이 순화되고 절제되고 미학적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확인하여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 국가의 문화성장은 이 땅에 사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최대의 영양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살펴보면 진보와 보수로 선을 그으면서 대립하는 우리사회 병폐의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않고 피하고 감추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기주의적인 가치관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은 불편하고 고생스럽지만 미래의 국가와 후손들에게 축복을 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행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도 화려하게 꽃을 피울 때가 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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