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절과 사랑의 아이콘을 간직한 남원. 동편제의 탯줄로 알려진 남원은 조선 후기 교방이 존재해 가무악을 전수했고 일제강점기에도 이러한 가무악의 맥은 권번을 통해 훼손되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

남원권번 출신으로 남원 춘향제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조갑녀(86) 할머니가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에 오른다. 26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노름마치뎐-춤 조갑녀'란 슬로건을 내건 이 무대는 오랜 세월동안 꽁꽁 마음과 몸으로 감춰왔던 민살풀이춤을 춘다.

조갑녀할머니가 추는 민살풀이는 군산의 장금도할머니가 추는 민살풀이가 서편제에 해당된다면 동편제의 양상이 강하다. 그만큼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고 진중하다.

조갑녀할머니는 태어날 때 부터 예인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남원권번에서 예기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전문예인이었던 조기환씨며, 고모 조기화 역시 남원권번의 소문난 명기였다. 여섯 살 때부터 권번에 드나들며 예기 수업을 받으며, 악기와 소리, 예절과 춤을 배웠다, 이러한 조갑녀할머니는 남원권번 소속으로 1931년 남원에 춘향사가 건립되면서 시작된 춘향제에서 검무와 화무를 선배들과 추었으며 특히 12살에 제 4회 춘향제에서 승부를 선보여 남원에 명무가 탄생했다는 찬사까지 받는다.

그러나 19살에 전라북도에서 세 번째 가는 부자였던 남원 한성물산 사장 정종식의 부인으로 들어앉으며 춤를 거뒀다. 30년동안 춤판을 멀리했던 조갑녀할머니는 1971년부터 1976년 국악계 인사들의 간곡한 청을 못 이겨 춘향제에 잠시 섰지만 여전히 변방에서 춤을 마음으로 추었다, 그러나 1985년 구희서 평론가의 기획으로 '한국의 명무'에 섰으며 2007년 제 1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어머니의 춤'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5년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딸 명희씨와 경희씨(전주예술중교사)에게 승무와 민살풀이를 가르치며 지난 7일에도 남원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새까만 후배들인 강성민, 박경랑, 권명화, 이현자, 백경우, 이정희, 김운태 등이 조갑녀할머니의 마지막 무대일지모를 공연에서 헌정의 춤사위를 올린다.

지금처럼 화려한 살풀이는 아니지만 옛 것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소박함, 그리고 연륜이 말해주는 무거움, 그리고 음악과 하나가 됐던 즉흥성을 간직한 민살풀이를 바로 조갑녀씨가 간직하고 있다. 오래 묵은 장처럼 고삭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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