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도내 자영업자들이 가게문을 닫고‘노점상행’을
택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이들은 장사가 잘 안 돼 임대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길거리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재래시장 주변이나 동네 길거리마다 노점상이 부쩍 많아진 이유 중 하나다. 실제 도내 자영업자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맞물려 갈수록 줄고 있지지만, 노점상 수는 늘고 있다.
30일 국가통계포털사이트인 코시스가 가장 최근 조사한 ‘전북지역 자영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도내 자영업자 수는 27만 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8만6000명)보다 1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전달에는 작년 6월(29만6000명)보다 무려 10%에 가까운 2만6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앞선 4월과 5월 역시 작년보다 각각 9000명과 1만3000명이 감소하는 등 올해들어 상당히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했다.
자영업자의 감소는 노점상 증가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가게 문을 닫은 상당수 영세자영업자들이 노점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지난 해 재래시장에 유입된 도내 노점상 수는 2862명으로, 2년 전인 2006년(1467명)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도내 대형 재래시장에 유입된 노점상 수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동네 분식집의 어엿한 사장이었던 김모(48)씨는
임대료는 고사하고 전기세 등 공공요금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자 결국 문을 닫았다. 처음 개업할 때보다 3분1도 되지 않은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처분한 김씨는 남부시장 등 재래시장 등에서 배추나 고추, 오이 등 각종 채소를 팔고 있다.
김씨는 “4년 전 분식집을 시작할 때만해도 전기세에 재료비,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며 그럭저럭 순수입이 생겼었다”며 “하지만 작년 초부터 주문량은 눈에 띄게 줄고 물가는 올라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돼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접고 노점상을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노란우산공제 가입이 급증한 것도 불황에 폐업 위기를 느낀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정금액의 돈을 예치해 폐업 후 목돈을 받을 수 있는 노란우산공제의 도내 가입자 수는 전국 소상공인 수(2만3524명)의 6.1%에 달할 만큼 높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영업난과 빚 독촉 등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명의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라며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대출정책 등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는 신용불량자이거나 회생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 보다 더 실질적인 특단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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