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이산가족에게는 시간이 없다

신청자 총 127,547명 중 41,195명 사망!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 이야기다. 신청하신 분들 중 32%가 유명을 달리 하셨다. 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북에 가족을 두고, 가족들과의 추억을 두고 온 분들 대부분이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과연 살아 생전 만날 수 있을까. 하루하루 한숨에 기력이 더 쇠하고 계시다.

광주에만 799명이다. 전남은 1,224명, 전북은 1,526명이다. 3,539명의 우리 지역 어르신들이 명절만 되면 더 먹먹해진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산가족 어르신들에게 있어 세월은 독이다. 어떤 기대도 가지기 어려운 권력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진한 독이다. 그래서 그 독을 견디지 못해 이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에서 탈락한 수원에 사는 75세 이 모 할아버지께서는 달리는 전동열차에 몸을 던지셨다.

지난 2,000년부터 16차례의 상봉행사를 통해 총 3,378가족, 16,212명이 상봉했다. 2005년 이후 7차례의 화상 상봉을 통해 총 557가족, 3,748명이 화면으로나마 혈육의 정을 이었다. 이 정부 들어 고작 100명이 상봉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 기쁨은 아직 상봉 못한 가족들에게는 사무치는 아픔이다.

이 정부는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그랜드 바겐’이니 ‘원샷딜’이니 말잔치만 늘어놓으면서 결국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중국은 어떻게 하는지, 그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턱고이고 앉아 구경하는 꼴이다. 구경하는 동안 이산가족들은 유명을 달리하고 있고, 개성공단 사장들은 공장이 어떻게 되나 싶어 “자다가 벌떡병”에 시달리고 있고, 해양과 대륙을 이어 한반도가 도약할 수 있는 미래의 꿈은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들은 그것이 외교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하는 노력을 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다행이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나, 실용주의를 주창하는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결코 말만으로는 누구에게도 신뢰를 줄 수 없다는 것을.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먼저, 그랜드 바겐이든 원샷딜이든 남북대화부터 복원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도, 원자바오 총리도 대화하고 갔다. 곧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도 갈 계획이다.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온 국민이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8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묻어둔 채 어떻게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단 말인가.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 화상상봉도 병행해야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 문제만큼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북대화가 더더욱 절실하다.

두 번째는, 어쩌면 더 시급하다. 외교부 장관은 북한 핵이 ‘적화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통일부 장관은 ‘체제유지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한다. 그 통일부 장관은 임진강 수해 참사에 대해 ‘의도적’이라며 수공(水攻)논란을 일으키더니, 국방부 장관은 “수공이라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이 나라 통일외교안보를 담당하는 책임자들이 온통 엇박자다. 이 ‘엇박자 공화국’에서 우리 국민은 어떤 방향과 정책을 신뢰하고 움직여야 하는가! 집안 단속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뒤로 밀려가긴 쉽다. 지금 남북문제는 너무 뒤로 밀려갔다. 이제라도 힘을 모아 다시 전진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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