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명암 2제

■명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1.8㎞ 떨어진 작은 동네 안에 장동초등학교(교장 오연호)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행정구역상 전주시 이면서 학생수가 20명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폐교 직전의 시골학교였던 이 학교가 자연친화형 학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유는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신축한 것도 있지만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으로 학교가 변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 전만 하더라도 학부모들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장동초등학교에 보내겠느냐며 거리는 멀더라도 조촌초등학교나 반월초등학교로 보내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입주 예정가구 초등학생 수 총 70명 중 1/3 정도가 입주한 현재 20명의 학생이 이 학교에 전학해 옴에 따라 학생 수는 40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이 전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급식이 농촌형으로 무상이고 현장체험학습비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직원들이 합심하여 학생들을 가족과 같이 보듬고 감동을 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으며, 학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홍보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고 아파트 입구에 플래카드를 내 거는 등 적극적인 학생유치 활동을 벌인 데 있다.

여기에 교육청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파트 입주에 맞춰 학생들의 통학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도우미가 배치된 25인승 통학버스를 운행하여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내년 예산에 특별교실 증축과 본관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 11억원을 계상하여 교육위원회와 도의회의 심의를 남겨놓고 있다. 여기에 연차적으로 15억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강당과 급식소를 신축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암

정읍시 정일여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원경연양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경연이의 집은 정읍시 칠보면 백운리 원백암마을. 마을에서 정읍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가 7시 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경연이의 등교준비는 분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1시간 가까이 걸어서 칠보면 소재지까지 나갈 각오를 해야 된다.

다행히 동네에서 버스를 탔다고 해도 경연이의 등교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학교까지 직접 연결되는 노선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는 수고를 겪어야만 비로소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경연이의 등교 시간은 평균 2시간. 승용차로 불과 2~30분이면 닿을 거리지만 경연이에게는 하루 4시간씩을 투자해야만 되는 먼 길이다.

태인면 소재지에서 통학하는 김주희양은 아예 대중교통을 포기한 지 오래다. 주희는 아침마다 자기 때문에 왕복 1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되는 엄마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정읍시내에 사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별반 나을 것은 없다.

전교생 653명 가운데 85% 이상이 아예 시내버스를 포기한 채 택시나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당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은 그 동안 수없이 교육당국에 등하교 대책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해 보겠다'는 판에 박힌 대답만 되풀이 됐다.

이쯤 되면 통학버스 도입을 검토해야 될 상황인데도 교육당국은 “예산이 따르는 문제”라며 난색을 표할 뿐이다. 9일 정읍교육청 측은 '현재 정일여중까지 연결되는 시내버스를 늘리기 위해 정읍시와 협의 중이다. 통학버스 배치는 확답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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