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인들에게 숙명처럼, 때로는 숙제처럼 다가오는 소재다. 그래서 삶에 대한 성찰은 문인이라면 비껴갈 수 없는 하나의 소재다. 최근 수필과 비평사에서 나온 형효순씨의 수필집 ??재주넘기 삼십년??은 59편의 수필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불화산처럼 열정으로 다가온 삶에 대한 성찰이자 고백서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수필집은 저자가 마음이 편치 않을 땐 뒤란 나무 곁으로 가서 하소연을 하고 친정어머니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30여 년 동안 이 상수리나무가 자신과 시어머니를 지켜주었듯 앞으로 자신의 며느리도 지켜주길 바란다는 서정적인 마음을 고스란히 풀어냈다.
또 저자는 삶의 성찰과 함께 주변 생활에 대한 단상도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수필 ??산다는 것은??에서는 60평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집보다 저자의 집 앞마당에서 노는 손녀의 노습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상은 큰 것과 작은 것, 높은 것과 낮은 것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주창한다.
특히 ??재주넘기 삼심 년??은 저자가 30여 년이 지나서 웨딩촬영을 한 날 밤 남편이 옷고름을 풀어주지 못하고 잠들지 않을까 우려하며 글을 마무리하면서 독자들의 웃음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김학 수필가는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지금이 바로 젊은 날을 디딤돌삼아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인생을 생각할 때??라면서 ??이제부터 시야가 넓고 사람 냄새가 나는 진솔한 수필을 많이 쓰고 농촌을 사랑하는 농촌지킴이 답게 앞으로도 농촌의 애환을 심도있게 수필로 빚어서 자신의 수필 밭을 더 풍요롭게 가꿔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형효순씨는 ??아직은 그리 늦은 것도 그렇다고 이른 것도 없는 지금, 진정으로 사람 냄새나는 글을 쓰기 위한 약속을 자신과 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리고 감히 들꽃 같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남원출생인 저자는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지난해 수필과 비평에 ‘상수리 나무’로 신인상을 수상해 등단한 후 남원향토문화연구회장, 한국농어촌여성문학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행촌수필문학회, 남원문학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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