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규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교수

담배란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초의 말린 잎을 가공한 것을 말하며, 담배 작물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열대지방이라 알려져 있다. 인류가 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부터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는 1600년대 초반에 일본으로부터 담배가 전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 들어온 담배는 주로 양반계급인 고관대작과 부유층의 기호물로 애용되었으며 나아가 만병통치약으로까지 인식되어 필수품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이렇듯 담배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와 더불어 주된 기호품으로 사랑받아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건강의 적으로 인식되어 갖은 핍박을 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11월 29일자로 미국에서 발간된 과학 잡지에 실린 담배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용의 핵심은 흡연에 의해 수천 종류의 위험한 화학성분을 흡입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미생물을 흡입하여 폐에 살아 있는 세균이 전달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감염과 만성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담배에는 폐질환과 호흡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수백 종류의 세균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그동안 공중보건 연구자들은 담배가 탈 때 생기는 화학물질과 입자의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 담배는 감염과 질병의 잠재적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흡연자들은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까지 흡입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담배에 세균이 존재할 것인가를 조사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미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담배에 많은 종류의 세균 그리고 인간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까지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에 따라 연구팀은 이들 미생물들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였다.
흡연은 우리 인체의 거의 모든 기관계에 해를 끼친다. 담배에서 발견되는 약 3,000종의 화학물질과 중금속 그리고 입자들은 폐암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금번의 연구 결과, 흡연은 일반 감기, 인플루엔자, 천식, 세균성 폐렴과 간질성 폐질환 같은 호흡기성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세균이 담배 잎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가공과정 등을 고려할 때 완성 담배가 세균에 오염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은 거의 없었으며 실제로 담배 속에 존재하는 세균이 흡연에 의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포함하여 잘 알려진 담배 브랜드에서 700종 이상의 세균을 검출하였다. 연구팀은, 그들의 이런 결과는 오히려 상당히 낮게 나타난 수치이며, 실제로는 담배에서 검출되는 화학물질과 같이 수천 종에 가까울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한 브랜드 모두 발견된 세균 숫자상의 큰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담배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담배 잎을 세균이 최적 밀도로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으로 발효를 시킨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담배 하나당 약 100만 마리 이상의 세균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들은 살아 있으며 번식 가능하다. 연구팀은 담배 개비에서 조그마한 담배 잎 조각을 꺼내어 영양분이 있는 접시에 놓아둔 결과 세균 군락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15 그룹의 서로 다른 세균과 잠재적 병원성 균 한 종류를 분리하였다. 분리한 미생물 중 위험한 것으로는 아시네토박터, 고초균, 클로스티리디움, 녹농균, 클레프시엘라균과 세라티아균이 있으며, 조사한 담배 브랜드의 90% 이상에서 이들 세균이 발견되었다. 병원성 균으로는 캄필로박터, 엔테로코커스, 프로테우스와 포도상구균 등이었다. 미생물은 급성 감염 질환을 일으키며 암과 신경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위해요소로 알려져 있다. 일부 죽은 세균조차도 내독소를 방출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물론 차후에 담배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이들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일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피우는 담배에 수많은 미생물들이 오염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생물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할까? 이제 흡연은 담배연기 뿐만 아니라 담배에 존재하는 미생물까지 흡입한다는 것을 흡연자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흡연자라 불러왔다. 그러나 흡연자란 표현은 좀 부드럽다는 생각이 든다. 알코올 중독, 커피 중독처럼 니코틴 중독이라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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