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도시 간 경제 전쟁 포성으로 요란하다. 국가 간 경쟁 보다는 지역의 도시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도시들은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갖고 마케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 구체적 표현이 지역브랜드다. 지역브랜드가 제대로 세워지면 투자자와 방문객 그리고 주민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긍정적 지역브랜드는 그래서 국경 넘어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우받는다.
특화된 지역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 그 열매는 달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브랜드 프리미엄이 무려 20-30%선에 이른다. 똑 같은 상품이라도 그만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명세에 따른 관광객 증가나 특산품 판매 촉진 등은 더 큰 효과를 낸다.
최근 부쩍 잦아진 지역브랜드 논의는 장소마케팅이나 문화관광 활성화 등등 여러 개념들과 중첩되면서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특히 성공사례라고 평가받으면 상도 많이 타고 돈도 벌고 유명세를 타게 마련이다.
멀리 해외에까지 눈돌릴 필요 없이 국내에서도 성공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도 함평 나비를 비롯 부산 영상, 광주 아시아 문화중심, 서울 디자인 등이다. 도내에서도 무주 반딧불이나 남원의 춘향, 김제 지평선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전북을 아우르는 지역브랜드를 말하라고 하면 망설여진다. ‘천년의 비상’이라는 슬로건이 있지만 솔직히 과연 도민은 물론 국민들 나아가 외국인들이 얼마나 이를 알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그 외 특산품이나 문화유산, 고유음식 등이 후보가 되겠지만 지역을 대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브랜드 파워가 약하니 속 답답한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전북 쌀의 우수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값이 매겨질 때는 경기미 등에 비해 한 단계 아래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치나 막걸리 같은 전통식품도 기선을 빼앗기기는 마찬가지다. 김치하면 광주고 막걸리 하면 오히려 포천이나 서울이 앞서간다. 우리 고장 김치나 막걸리에 대한 높은 긍지는 추억거리로 남게 됐다. 또 전통문화라고 대들어 보지만 경북 안동 등에 비하면 파워가 달린다. 겨우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이 행세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것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도 지역브랜드의 중요한 구성요소인데 여기서도 전북은 뒤처진다. 지역 유명인은 브랜드 평가의 주요 항목이다. 그런데 전북엔 스타가 없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유명인이 드물다. 정계는 물론 재계나 학계, 스포츠나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북인의 위상은 그저 그렇다. 물론 출향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반열에 올라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들을 전북인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실제 도내에 거주하는 주민이어야 전북인이다.
지역브랜드 개념은 좀 어렵다. 무엇을 뜻하는 지 짐작은 가는 데 막상 명쾌하게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이의 가치를 높이자는 목표도 모호하다. 막연하고 추상적 슬로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발굴한 지자체 슬로건들이 제 구실을 못한 채 입간판이나 TV 광고화면에나 쓰이는 현실이 바로 그 같은 사실을 웅변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가자는 것은 포기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다. 먼저 전북이라는 지역브랜드가 갖는 핵심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정체성과도 통하는 말이다. 전통문화도 좋고 음식도 좋고 소리도 좋은 데 다만 이것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나아가 잘 가공돼야 한다. 위에 든 것보다 더 새롭고 탁월한 것이 있다면 더 다행한 일이다. 그 다음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술을 다듬어야 한다.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처럼 가능한 첨단기법들을 동원할 일이다. 이어 소홀할 수 없는 과정은 모니터링과 평가, 피드백 과정이다. 그 결과를 면밀히 살피자는 것이다.
현대는 모든 것을 마케팅 하는 시대다. 브랜드 없는 마케팅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전북은 지금 브랜드 없는 마케팅을 하는 꼴이다. 칼자루를 쥔 이는 오피니언 리더다. 이 지역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마케터로서의 소양과 실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도민들 하나 하나도 마케팅의 전사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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