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 국악계는 신종플루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취소되면서 국악을 큰 무대에서 즐길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의미 있는 국악공연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국악의 속살을 살찌우며 내실을 다졌던 한해였다.
취소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아쉬움을 달래기 열렸던 ‘광대의 노래’가 가장 먼저 으뜸으로 손꼽힌다.
이 무대에는 서편제의 적자이면서도 판소리에 대중화에 힘을 보탠 조상현 명창, 4전 5기로 중요무형문화재에 오른 동편제의 거장 송순섭, 그리고 한국 춤의 거봉인 이매방, 여기에 신무용의 대가 김백봉, 하늘이 내린 대금명인 이생강 등 우리시대의 최고의 광대들이 멋들어지는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관람과 함께 무형문화재급의 100여명 국악의 큰 별들이 전주를 찾아 한 앵글 속에 담겨지는 기념비적 사진 기록이 이뤄졌다.
공연과 더불어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으로 판소리 영문자막 번역 출판기념 시연과 창작 판소리로 만나는 ‘논개’가 초연됐으며 전통 우리 가락과 신명나는 타악의 멋을 보여준 동남풍의 사물놀이 공연도 그 의미를 보탰다.
이와함께 국립민속국악원이 기획공연과 젊은 예인전은 주목받고 있는 신예발굴을 이끌어 냈으며 전주전통문화센터가 마련하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 (사)전통문화마을의 우리가락 우리마당 등이 공연되어 국악을 상설로 만날 수 있었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심청전에서 심봉사의 악처였던 뺑덕이를 주인공으로 만든 소극장용 창작물로 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보유자인 김일구 선생에 의해 처음 만든 마당놀이 뺑파전의 원조가 공연되어 다소 고루하다고 여길 수 있던 국악을 다시 새롭게 만난다.
전주시 출범 60주년을 기념해 국악오케스트라의 무대를 베풀어지는 등 의미 있고 뜻깊은 공연이 많이 열렸으나 안 좋은 소식도 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2-6호 춘향가 보유자인 김유앵 명창이 소천해 지난해 오정숙 명창 작고에 이어 연달아 큰 별을 잃어 국악계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사발령으로 파행을 겪었던 전북도립국악원 사태로 활발한 공연활동이 상반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다시 정상화된 운영체재를 회복해 송년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명암이 대비됐던 올해 전북 국악계는 소리의 본향답게 우수한 공연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만 여전히 냉정하게 무대를 지켜볼 국악전문평론가의 부재와 도내 국악과를 졸업하는 대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단체 부족하다는 것이 올해 또한 숙제로 남았다. /송근영기자·ssong@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