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회화의 정점에는 겸재 정선이 있다. 조선의 화성이란 찬사까지 받은 겸재는 조선의 미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새로운 미술 사조를 이끈 당대 최고봉이다. 겸재 정선의 회화세계를 접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전주에서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은 15일부터 1월 24일까지 본관 미술실에서 ??조선을 그린 겸재 정선??전을 개최하고 있다. ??조선의 화성?? 겸재 정선의 그림이 등장하는 전라북도 최초의 전시회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진경산수화를 창시하여 회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화풍을 갖춘 위대한 화가 겸재 정선의 서거 250년을 맞아, ??장동팔경첩??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4건 8점이 공개됐다.
겸재 정선은 서울의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양천현령 등의 관직을 거치고 81세에 종2품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 제작 시기가 쓰여 있는 작품들과 관련 기록이 전하듯, 그는 36세에서 82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숙종부터 영조 때 활약한 겸재 정선은 주역에 심취하여 그의 그림에도 음양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겸재 정선의 뒤를 이어 부상한 화가가 풍속화로 널리 알려진 김홍도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장동팔경첩??은 장동(인왕산 남쪽 기슭에서 백악산 계곡에 이르는 지역)에 있던 유명한 명승지 여덟 곳을 그렸다. 취미대, 대은암, 독락정, 청송당, 창의문, 백운동, 청휘각, 청풍계 등, 현재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과 청운동 일대의 조선후기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노련하고 능숙한 필치로 보아 노년기 작품으로 생각되며, 여덟 폭의 그림은 전시 기간 중 면을 교체하며 공개됐다.
또한 그가 74세인 1749년 제작한 ??사공도시품첩??은 중국 당나라 시인 사공도가 지은 ??시품??이라는 글을 바탕으로, 겸재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원교 이광사가 글씨를 썼다. 특히 이 작품은 문학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겸재 정선의 관점에서 조선의 자연과 인물로 그려내고자 했던 가장 높은 경지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채 모양 안에 그림을 그려 넣은 ??선면화집??의 ??동리채국??과 ??유연견남산??도 공개된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준비하는 이 때, 겸재 정선의 그림이 예향 전북을 찾아왔다??며 ??그의 작품 속에서 진정한 명작의 품격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전주박물관은 19일 오후 2시 박물관강당에서 겸재연구의 권위자인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을 초청, ??진경산수화풍의 시조, 겸재 정선??이란 주제의 특별강연회를 개최한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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