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전주시 풍남동 승암마을. 눈이 그친지 며칠이 지났지만 이 마을은 쌓인 눈으로 도심 속 오지로 전락했다. 살갗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온몸을 움츠릴 정도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을로 통하는 도로에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위에 각 집들의 굴뚝은 난방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를 법하지만 몇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주시내에 내린 눈은 제설작업과 햇살에 대부분 녹았지만 이 마을은 뒤편에 높은 치명자산이 버티고 있어 큰길가나 골목 모두 눈이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마을을 오가는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이 마을은 치명자산의 비탈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경사진 골목길밖에 없다. 하지만 며칠 동안 내린 눈이 겨우 한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도록 치워져 있거나 모래나 연탄재를 뿌려 임시방편으로 미끄럼을 방지해 놓은 상태였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제설작업을 한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었다.

이처럼 겨울철 눈만 내리면 마을은 고립(?)상태에 빠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주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인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쌓인 눈과 빙판으로 인해 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들이 비탈진 곳에 있고 좁디좁은 골목길로 이어져 있어 겨울철 난방연료 등을 나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일러 연료나 연탄을 공급하는 차량진입이 불가능해 주민들이 직접 나를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은 따뜻한 날씨에 눈이 녹기만을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다. 이 마을에는 모두 146가구가 살고 있다.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79명에 달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제설작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민 정운선(63)씨는 “동네가 워낙 경사지고 험해서 눈이 오면 빙판길로 변해 다칠 위험이 높다” 며 “이 동네에 젊은 사람은 거의 빠져나가고 노인들이 많아 눈이 오는 날이면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제설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설 작업이라고는 마을 앞 큰길에 염화칼슘을 뿌린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차량들의 통행이 잦지 않아 녹은 곳보다 눈이 쌓인 곳이 더 많다. 마을 제설 작업은 전부 주민들의 몫이다.

풍남동 주민센터관계자는 “자선단체 및 각 통장들과 함께 제설작업을 했는데 미비한 곳이 있었던 것 같다” 며 “앞으로는 더욱 더 제설 작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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