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권이 중앙정치에만 매달린 채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전북도의 예산확보 작업 과정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데다가 최근 불거진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로 빚어진 지역 내 파장에 대해서도 ‘나몰라라’ 식으로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일 년 동안 최대의 지역현안이었던 토·주공 본사 배치 문제나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정부에 끌려가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새해를 맞은 지 10일째. 각종 현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된 새해의 지역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굵직한 지역현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정치권은 ‘뒷짐’만 진 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도내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작년 말 4대강 예산문제 등 중앙정치에만 휩쓸려 전북도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북도는 올해 지난해보다 6000억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확보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정치권의 역할은 아주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전북도의 예산확보 노력에 무소속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 등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또 새해부터 지역경제계를 강타한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 역시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금자 피해는 물론 중소기업들의 대출만기 연장 등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지역경제계 전반에 걸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도내 정치권은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피해고객 일부가 무소속 정동영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대책마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고객인 시민 김모(45)씨는 “예금한 돈을 보호받게 해달라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심정을 누구라도 나서서 헤아려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 서민피해가 너무 큰 데도 지역정치권 등에서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같아 더 괴롭다”고 말했다.
최근 새만금종합실천계획안에 대한 도민설명회가 열렸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설명회가 되지 못했다는 여론이 높다. 또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새만금 수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데다가 새만금 양도양수에 대한 정부 입장도 불분명한 상태다. 이처럼 새만금 사업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끌려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도내 정치권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제재나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일 년간 지역 내 핫이슈였던 토·주공 통합본사 유치 문제는 경남도의 분산배치안에 대한 버티기 작전이 도를 넘어서고, 국토해양부 역시 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등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지만 지역정치권의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경남도 감싸기가 도를 넘어서도 있는데도 이를 제지해야 할 지역정치권의 역할은 극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민 박모(43)씨는 “지역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해결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4대강 예산이나 세종시 수정안 문제 등 국가현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지역국회의원들의 지역현안에 대한 무관심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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