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마음만 먹으면 직접 쓸 수도 있는 가장 친근한 문학입니다, 다른 영역의 문학이 영상매체에 밀려 신음하고 있는 중에도 수필 인구만은 날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수필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시대의 원로시조시인이며 문학가인 최승범씨(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수필예찬로자이다. 최근 좋은수필사에서 나온 최승범교수의 수필선 '먼 풍경'은 좋은 수필사가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수필가 100인을 선정하고, 작가가 자선한 40편 내외의 작품을 수록한 문고본을 발행하며 시도된 작품집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작가의 문학정신뿐만 아니라 기획사의 문학사적 기여 의지와 편집위원의 수필문학에 대한 애정과 문인의 양심이 함께 담겨져 있다.

최교수는 이번 수필집에서 '난연기'와 '엿장수 가위 소리', '창호지' 등 평소 저자가 '우리 것'에 대한 무한대의 사랑을 씨줄과 낱줄로 엮고 있다. 단순한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뛰어넘어 한국적인 청각과 시각으로 세월의 무게를 담고 인생과 자연, 인간에 대해 따뜻하고 소년다운 감수성을 담았다. 청초하면서도 저자가 느낀 무한대의 아름다움이 깊숙하게 배어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각종 문헌, 옛시조, 야사, 민담, 민요, 소설, 현대시, 에세이 등에 담긴 소리들을 고루 다루어 눈으로도 소리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환경과 사회상으로 인한 공간적 변주까지 모두 함께 다룬다. 또한 이 책은 국문학자인 저자의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문장 역시 소리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1931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전북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전북대 국문과 교수, 인문과학대 학장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로 전주 스타뱅크 부설 고하문예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교수는 현대문학에 시조를 발표해 문단에 오랐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장, 한국문화재보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목정문화상, 민족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한국의 먹거리와 풍물' 등 다수가 있다. 이번 책은 지난해 병마와 싸우며 이기고 탈고한 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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