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료의 희망을 만들어 갈 2010년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전설 속의 명군(名君) 요 임금 시대에는 모든 백성들이 저잣거리에서 ‘강구연월(康衢煙月)’을 노래했다고 한다. 강구연월은 ‘번화한 길거리에 달빛이 연기 속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태평한 세상의 풍요로운 풍경을 뜻한다.

교수신문은 2010년 사자성어로 ‘강구연월’을 꼽았다. 갈등과 불황을 끝내고 화합과 풍요로움이 넘치는 한국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은 전북도민들도 ‘강구연월’이라는 말과 같이 태평성대와 풍요로움을 노래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강구연월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건강이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인 풍요와 비례해 끝없이 커지고 있다.

전북 지역의 의료기관들은 전북 도민의 건강을 최전방에서 지키는 첨병들이다. 그러나 지역 의료기관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소위 빅4로 불리는 수도권의 대형 의료기관들은 분원 설치를 천명하는 등 일제히 남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08년 한 해 동안 전북 거주 환자들이 서울 소재 의료기관을 찾아 지출한 비용이 1,142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새만금 지역에 외국 유수 의료기관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러한 상황들의 부작용은 너무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북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된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도민들이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시간도 큰 손실이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불편함은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전히 도민들의 더 큰 신뢰를 찾아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지역 의료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전북 지역에서 우수한 의료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첫 번째 희망의 근거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유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우수 인력이 전북에 남아 인술을 펼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전북 지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희망을 갖게 한다. 전북대학교병원만 해도 국가지정연구실, 특성화연구센터, 암전문연구센터, 임상시험센터,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 등에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연구 성과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전북대병원 내에 ‘임상연구지원센터’가 건립돼 인프라가 확충되면 더 좋은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의료체계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전북지역암센터가 2008년 문을 연 뒤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고, 노인보건의료센터가 연내 완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어린이병원, 호흡기질환전문센터 등 특화된 센터들도 건립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센터들은 우수한 인력과 장비, 진료시스템을 갖추고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관리, 연구사업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다.

전북 도민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모든 질병의 치료를 받는 것, 질병의 적극적인 예방으로 도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 2010년, 이러한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놓아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2010년 한 해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빈다.

/김영곤(전북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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