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석이에게는 절대로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죠”

26일 전북대학교병원 외과 병동에 입원중인 오기조(42·남원시 도통동)씨는 아들 두석(18·전주고등학교 3학년)이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씨는 지난 10일 두석군의 간 65%를 떼어 낸 간 이식수술을 받은 뒤 빠르게 회복중이며 곧 퇴원할 예정이다.

남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아내와 1남 1녀 자녀 둘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뤄 생활하고 있던 오씨가 간경화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7년.

4년 간의 투병 생활 동안 간경화는 점점 심해졌고, 의료진으로부터 간 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 지만 장기기증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는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설사 아들의 간을 이식 받더라도 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씨의 병세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간세포가 많이 죽거나 약해져 간 부전이 생김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으로 간장병 말기에 자주 나타나는 간성혼수도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오씨는 지난 1월 27일 위급한 상태에서 전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부자지간의 이식 수술은 두석 군이 직접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지게 됐다.

수술은 지난 2008년 1월 최요삼 권투선수의 간이식 수술을 담당했던 조백환, 유희철 교수(간담췌이식외과) 등 전북대병원 생체간이식팀의 집도로 15시간에 걸친 대 수술이 이뤄졌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씨는 “두석이가 공부도 곧잘 하는데, 나 때문에 아들 공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는 미안해 했다.

이에 두석 군은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되찾아드리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의젓하게 답하고 “아버지가 회복되는 것이 그저 기쁠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술을 집도한 조백환 교수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효심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향후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아버지와 아들 모두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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