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저축은행의 가교은행인 예나래저축은행이 12일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지난 해 말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는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수만 명에 달하는 예금자가 평생 모은 피같은 재산을 떼이게 됐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고객들은 영업정지로 인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을 잃게 됐다. 결국 전일은 자체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서 가교은행과 파산재단 설립 수순을 밟게 됐다. 예금보험공사는 5000만 원 이하 예금과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가교은행인 예나래저축은행을 설립, 첫 문을 열게 됐다. 예나래저축은행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형근 은행장을 만나 앞으로의 운영방침 등을 들어봤다.

-도내 최대 규모였던 전일의 가교은행인 예나래의 책임을 맡은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소감을 밝혀주신다면.
▲잘 알다시피 전일저축은행은 1조원이 넘는 큰 규모의 저축은행입니다. 그런 저축은행이 부도나면서 지역 내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충격과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아직 5000만 원 이상 고객들의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가교은행의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가교저축은행은 말 그대로 예나래를 정상화시켜 매각하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루빨리 은행을 정상화시키고, 클린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운영방침은.
▲예나래는 예금보험공사가 전액 출자한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영업정지중인 전일저축은행의 자산․부채 중, 일정부문을 이전 받아 BIS비율 8.17%로 새롭게 영업개시되는 정리금융기관입니다. 총자산 1조61억 원, 자본금 345억 원 규모로 수신은 1조가 넘어오지만 여신은 2500억 원 밖에 내려오지 않아 그 수준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가장 우선시하는 영업방침은 안정성이고, 최소한 ‘살림살이’를 할 정도의 여신을 할 수 있도록 지역내 영업활성화에 초점을 두는 운영을 할 것입니다.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이다보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저축은행임을 앞세워 영업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약 4개월 동안 영업이 정지돼 당분간은 창구혼잡이 예상되는 데요.
▲영업개시일인 12일부터 영업점 창구가 매우 혼잡스러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지난 10일부터 업무처리 예정일표를 배부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20 일까지는 만기도래 경과 예금에 대해서도 특별보상금리 연4.8%를 적용하기 때문에 서둘지 않아도 됩니다. 영업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영업정지로 인한 거래고객의 금융 불편을 해소되고, 원활한 경영정상화 추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존 전일측 직원들에 대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방침은.
▲예나래를 맡으면서 기존 직원들과 일일이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평생직장이라고 여기며 다녔던 분들을 강제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전 직원 99명 중 30%는 이미 그만뒀거나 이직을 했고, 책임문제가 있는 직원을 제외한 70명을 승계해서 예나래와 향후 설립될 파산재단쪽에 배치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의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향후 매각작업은 언제쯤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예나래를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키고, 우량한 은행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매각은 빠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3월이나 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5000만 원 이상 고객에 대한 대책은.
▲전일에 대한 법인은 예나래와 파산재단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5000만원 이상은 전부 파산재단쪽으로 넘어간 상태이고, 법원의 파산절차를 밟아 진행됩니다. 정식적인 파산재단 설립은 시일이 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일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입장에서 늘 죄송한 마음으로 대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전부 치유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예나래가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저축은행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은숙 기자myiope@

<프로필>
▲주요 학력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주요 경력
-동화은행 지점장
-텔슨상호저축은행 상무
-대영상호저축은행 감사
-대영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
-현 예나래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

<박스>
“자체정상화 실패, 영업정지 4개월 만에 가교은행 수순”

전일저축은행 영업정지 쇼크는 새해 벽두부터 지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예금자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여전히 5000만 원 이상 고객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전일저축은행은 지난 해 12월 31일 금융위원회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13%로 지도기준(5%)에 못 미치면서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이 내려졌다. 이후 2개월간의 자체경영 정상화 기간이 주어졌지만, 부실규모가 너무 커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35년간 지역 내 든든한 서민금고로 자리매김해온 도내 대표적 향토 금융기관인 전일저축은행은 지난 3월 가교은행 설립 수순을 밟게 됐다.
그동안 전일저축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여당, 도내 정치권 등이 나서서 제 3자인수와 공적자금 투입 등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가교은행이 설립됨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는 선지급된다. 하지만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 원 이상 예금자 3700여명(피해금액 680여억 원)에 대한 부분은 파산재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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