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의 관심사는 남미다. 남미 특유의 끈끈한 해설과 파격적인 영상으로 영화마니아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남미영화다. 우리에게 낯설지만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바로 남미영화다.

접하기 힘든 남미 영화, 그중에서도 도전적인 신인들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경쟁부문 상영작 11편 중 각각 페루·콜롬비아·아르헨티나·칠레에서 만들어진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크랩 트랩', '카스트로', '와초' 등 4편이 포함돼 있다.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된 4시간12분짜리 미스터리 스릴러 ‘기묘한 이야기들??은 아르헨티나 영화계에서 바람몰이 중인 마리아노 이나스 감독이 만들었다. 기묘한 괴물, 도난된 보물, 끔찍한 보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체 모를 세 남자 등이 이 영화의 축을 이룬다. 불가사의한 영화지만 영화평론,가들로부터 매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시간 넘는 긴 러닝타임은 3개의 큰 이야기와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내레이터는 변사처럼 모든 사건을 해설한다.

또 2010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크랩 트랩??도 놓쳐서는 안되는 영화다. 콜롬비아의 자연환경을 차분히 담아낸 화면 속에 전통과 근대화의 대립을 시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백인과 흑인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 2009 부에노스아이레스독립영화제 최우수아르헨티나영화상과 촬영상을 차지한 ‘카스트로'는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과 닮아 있는 영화로, 경제활동에 염세를 느끼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4인방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을 담았다.

그리고 엑토르 갈베스가 메가폰을 잡은 ‘파라다이스'역시 추천작이다. 페루 리마의 변두리 빈민가 파라이소, 천국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빈곤과 폭력의 기억에 시달리는 이 마을에서 10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감독이 실제 파라이소 지역에서 청소년들에게 비디오워크숍을 했던 경험을 담아, 10대들의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신예인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신작 장편 ‘그들은 모두 거짓말하고 있다'와 디지털 단편 '로잘린'을 출품했다.

낯설지만 영상미학이 탄탄한 남미영화를 통해 미지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남미영화는 그래서 독립, 대안영화의 한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영화의 창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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