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27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벌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분패하자 도민들이 아쉬운 탄식으로 흠뻑 젖었다.
경기 내내 거리에는 장맛비가 내렸지만 거리로 몰려나온 도민은 몸이 젖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의 염원이 담긴 응원가와 응원구호를 남아공 태극전사에게 날려 보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차분하게 응원을 펼치던 도민들은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에 일제히 열광했지만 경기 막판 상대에게 결승골을 내주자 탄식과 일부선 눈물을 흘렸다.
원정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에 만족하며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또 거리응원에 나섰던 일부 도민들은 K리그 전북현대 응원에 나서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내서 4만명 `대∼한민국' = 도내에서는 오후 9시께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2만여명, 전북도청광장 2천여명, 군산수송공원 6천여명을 비롯해 김제실내체육관, 부안예술회관, 고창초등학교, 순창군민복지회관 등 7개 시군지역 10여곳에서 최대 4만여명(경찰추산)이 모여 공동 응원을 펼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에도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물결은 도내 곳곳을 장식했다.
새로운 응원 명소로 떠오른 도청광장 앞은 가족단위 응원객들이 모여 쉴 새 없이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도청광장에 부모와 함께 응원을 나온 김준일(11.초교 4년)군은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4년 뒤에는 꼭 8강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선제골 허용 `아∼'…역전골 `와∼' = 경기 시작과 함께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오자 도민들은 일제히 ‘아~’하고 아쉬워 했고 곧이어 터진 상대의 선제골에 응원장은 조용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도민들은 태극전사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준다는 응원을 끊임없이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와 함께 했다.
후반 이청용의 만회골이 터지자 거리 응원장과 아파트 등 도내 곳곳은 함성으로 넘쳐났다. 도민들은 자리서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태극전사 통해 꿈을 다시 찾다=전북대학교 병원을 비롯한 도내 병원 로비에는 환자와 가족들로 붐볐다. 특히 환자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비치기도 했다.
김성일(35)씨는 “세번의 수술에 힘들고 지쳤는데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보고 나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가슴을 발견했다”며 “태극전사의 16강은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입 재수생인 기형성씨는 "지난해 대입에 실패해 힘들었는데 월드컵을 통해 큰 힘이 되었다"며 "올해 수능에서는 태극전사의 투혼을 본 받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K리그다=후반 전북현대의 라이언 킹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나서자 도민들은 모두 환호성을 올렸다. 이동국이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지나 아쉽게 수비수가 걷어내자 긴 탄식을 했다.
월드컵은 끝났다. 이동국이 뛰는 전주성이 도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태극전사에 포함되지 않은 많은 전북현대 선수들은 K리그 2연패와 AFC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 때만 응원하고 K리그 경기장을 외면하는 이들은 다시 생각해 볼때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을 때 이동국을 비롯한 전북현대 선수들은 전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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