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년전 전주 남천교 설치의 필요성과 유래를 담은 개건비가 남천교가 아닌 대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어 원래 위치로 이설을 통한 역사성 확보가 시급하다.
12일 전주시에 따르면 모두 122억여원을 투입해 완산구 교동에서 동서학동을 잇는 길이 82.5m, 폭 25m의 남천교를 오는 14일 준공할 예정이다.
남천교는 다리 위에 길이 27.5m, 폭 4.8m 높이 6.5m 크기로 팔짝지붕 모양의 한옥 누각을 올린 형태로 건설됐다.
남천교 누각은 기둥과 지붕 서까래 등 모든 재료를 국내산 육송을 사용하는 등 전통 기법이 계승됐으며 옛 오룡홍교 형태에 한옥마을로 연결되는 지점의 특성이 고려됐다.
이 같은 남천교 가설 사업 준공에 맞춰 300여년 전 처음으로 건설됐던 당시 유래와 필요성을 담은 남천교 개건비를 원래의 위치로 이전함으로써 역사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와 전라금석문연구회 등에 따르면 남천교는 정조 18년인 1794년 전주부성에서 임실과 남원 방면으로의 통행을 위해 옛날 오강의 무지개 다리를 본따서 만들어졌다.
이전에 놓여져 있던 돌다리가 영조 33년때 홍수로 떠내려 간 이후 40여년간 방치되다가 정조 14년에 남천교 가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독지가와 승려들까지 참여해 공사비를 내놓아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천교 완공과 함께 1794년에 만들어진 남천교 개건비는 ‘풍패어향(이씨왕조의 고향)이요, 영호지방의 요도로서 교통이 번화한 곳이나 냇물이 불어나면 교통이 두절되기 일쑤여서 개건한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후 철종 13년(1862)년에 새겨진 비문에는 기금을 모은 내역과 공사에 동원된 인원수, 기금을 낸 명단과 금액까지 담겨있다.
이 개건비는 당초 남쪽 천변 밑에 있었으나 도로포장공사로 인해 방치되다가 전주교육대로 옮겨졌다.
시는 현 남천교 건설을 위해 발주한 용역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해 하순께에 전주교대 측에 개건비 이설 협조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이전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은 “남천교 개건비는 건설 당시의 현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교육대에 있다보니 제대로 관리도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최대한 빨리 원위치로 이설해 역사적 의미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전주교대 총장이 공석 중임에 따라 새로운 총장이 취임한 이후 반환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다”며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학교 측에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영무기자·kim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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