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회사원 조모(33·여)씨의 신혼집은 전주시 아중리에 있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원룸주택이다. 사실 조씨는 인생의 첫 출발은 ‘원룸’에서 시작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2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하러 다니다가 결국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조씨는 “결혼 전 전세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신랑과 함께 전주시내 안가본 동네가 없을 돌아다녔지만, 물량이 아예 없거나 설사 한두 채 정도 나와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나질 않았다”며 “전세가나 매매가 할 것 없이 너무 크게 오른 아파트값 때문에 우리처럼 원룸을 택하는 신혼부부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내 아파트 가격이 ‘미쳤다’. 특히 20~30형대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전세·매매할 것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요즘 조씨와 같은 신혼부부에게는 아파트에서의 신접살림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최근 결혼한 공무원 김모(35)씨도 “전주시내에 20평형대 아파트를 찾을 수가 없다”며 “설사 있다고 해도 너무 가격이 비싸서 결국 원룸에서 첫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미친’ 아파트 가격에 신혼부부도, 전북의 기업유치 확대로 이곳에서 취직한 외지 직장인들도,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도 안정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4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은 전북본부의 '최근 전북지역 아파트가격 상승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아파트 가격(국민은행 아파트 가격지수 기준)은 지난해 5.3%, 올해 들어 10월까지 9.0% 상승했다. 2009년~2010년 10월중 도내 아파트가격은 14.9% 올라 전국 16개 시?도중 부산(+1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기간 중 수도권은 2.1% 하락하고 지방 8개도는 7.9% 상승했지만, 이 역시 전북지역 아파트가격
상승률보다는 크게 낮다. 아파트 전세가격도 지난 해 6.5%, 올해 1~10월중 7.5%올라 무서운 상승
세를 보였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2010.10월 현재 71.2%로 나타나 광주(74.1%)
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사실상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셈.

전주시내 한 공인중개사는 “20평형대 아파트는 전세나 매매가 거의 물량이 없고 모두 1억 원을 넘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앞으로도 2~3년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소형평수 아파트는 우리에게도 귀한 물건이라서 감춰두고 아는 사람에게만 내놓을 정도”라고 전했다.

도내 아파트가격이 이처럼 급상승한 것은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가 심화된 데 따른 것. 저출산으로 인한 가구원 수가 줄고, 기업 유치에 따른 청년 인구 유입 등으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아파트 공급은 이같은 추세를 예측·반영하지 못한 채 중대형 위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가구 중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7.8%로 상승한 반면 4인 이상 가구의 비중은 31.2%로 하락했다. 또 그간의 기업유치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도내 인구유출 규모가 점차 줄어들지만 전주, 군산지역을 중심으로 30∼40대 초반의 젊은 층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은 전북본부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들이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을 확
대한 것이 최근 아파트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향후에는 인구구조 변
화 추이 등 지역 내 주택 수요 여건을 면밀히 검토해 건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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