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한파와 폭등·폭락을 오르내리는 종잡을 수 없는 ‘채소물가’에 도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지만, 정작 행정당국은 제대로 된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본지 5일자 6면 보도·관련기사 7면>

또 전북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파 등에 따른 농가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5일 전북도에 따르면 9월 중순부터 지난 달 말까지 도내 배추‧무 농가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은 총 3번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농가의 사정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게 아니었다.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때 이른 서리와 추위 등으로 작황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며 “도대체 뭐가 이상이 없다는 것이냐”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추 및 무 등 채소값이 폭등·폭락을 반복하고, 엎친데덮친격 이른 한파에 작황 상태까지 최악을 치달으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무 농사를 짓는 농민 신영옥(57)씨는 “올해는 날씨도 도와주질 않는 것 같다”며 “날씨가 추워지고 배추가 얼어붙고 작황 상태는 나빠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가격도 폭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처럼 상당수 농민들은 가격 폭락과 작황 상태를 크게 걱정하고 있지만, 전북도는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실태 조사를 실시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갑작스런 한파도 자연재해의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시‧군과 연계해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무런 피해 상황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지역 농민들을 지자체의 실태조사가 ‘엉터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김제시 용진면 감자밭의 경우에도 서리로 인해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해당 지자체에서는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배추‧무 농가의 경우에도 농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기준이 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실태조사는 커녕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배추는 영하 6도, 무는 영하 2도의 자연재해가 아닌 이상 실태조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며 “감자는 10월 말까지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피해를 본 농가들은 정상적인 재배 농가들이 아니다”고 말했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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