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의 울음 한 갈피를 잡고/내 울음 몰래 섞어 나도 한 세상 넘고 싶다./울어라 실컷 울어라’
씁쓸하지만 씁쓸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아내는 자세. 한선자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가 황금필에서 나왔다.

‘울어라 실컷, 울어라’는 시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삶의 갈림길에서 서성이게끔 한다. 기쁘다가도 슬프고 슬프다가도 기쁜 것이라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첫머리 ‘자화상’의 화자는 아파한다. 빈 술병과 마른 북어 사이 엎드린 모습은 스물 몇 살의 나이기도 하다. 마음이 온통 당신뿐인지라 시는 내가 아닌 네가 쓴다는 ‘사랑’도, 악성종양 같은 ‘그리움’도 다르지 않다.

‘희망과 절망 사이의 거리’에서는 갈등한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절망 혹은 희망하는 대조적인 모습에서부터다. 결국 추위를 견딘 배추의 남도사투리 ‘봄똥’을 사용, 겨울 다음의 봄 혹은 슬픔 다음의 기쁨을 기대하고 있다. 씁쓸함 뒤에 오는 달콤함을 눈치 챈 것이리라.

호병탁 시인은 “주어도 술어도 없는 불완전한 문장인데도 불구하고 수천수만의 감정이 배어있다”면서 “지극히 감상적인 존재들을 객관적으로 그려놓으니 더더욱 감상적이다”고 평했다.

장수 출생인 그는 1996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가 있으며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안고창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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