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버릴 사소함 혹은 싸매둘 중요함,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남긴 ‘기억’은 그 경계에서 헤맨다. 각자마다 다르겠으나, 그의 선택은 후자다.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바람처럼 우리 곁을 맴도는 무언가를 느끼기 때문이다. 양성모의 ‘Organic Relic’.

‘Organic Relic’은 ‘유기적인 유물’이라는 뜻으로, 한국화가 양성모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유기적’과 ‘유물’, 떼어놓고 봐도 쉽지 않은 제목이 궁금해졌다.

“삶은 곧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그것이 깎이고 섞이는 등 변화할 수는 있어도 없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부터 과거에 겪은 일들에서부터 미래에 겪을 일들까지를 꼼꼼하게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양 씨는 전북대학교와 대학원 미술학부 한국화과를 졸업한 후 전라북도가 지원하는 ‘수도권 전시 지원 사업’ 등 3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종이와 수묵을 이용, 사람과 사람이 남긴 유물을 그려냈다. 전통적인 한국화의 기법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추상화의 느낌을 곁들이는,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풀어낸 것.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하나 하나 찍어낸 점이 이뤄낸 얼굴은 섬세하면서도 추상적이다. 농담을 달리함으로써 기억의 선명함과 흐릿함을 내비치는 것도 자연스럽다.

“머리를 많이 그린 거 같네요. 생각을 담당하는 동시에 인간을 상징하는 부분이어서 그랬나봐요. 어느 관람객의 말마따나 단순한 필체 속 강한 인상을 남길 겁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계속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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