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중소기업들은 올해 설 명절이 반갑지 않다.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설은 더욱 우울하다. 기록적인 한파에 구제역 파동, 그리고 이에 따라 원자재값 상승과 지속된 내수부진 등으로 설을 맞는 기업들의 표정이 어둡다.
실제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31일 내놓은 ‘1월 전북지역 기업경기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BSI는 90으로 전달보다 8p나 떨어졌고, 내수기업도 11p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하락했지만, 그래도 기준치인 100을 여전히 넘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기지수는 80대로 떨어졌다. 채산성BSI 등 각종 경기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이 고스란히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2월에도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은 듯 싶다. 2월 기업경기 전망치도 기준치(100)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기업들의 경기지수가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는 주된 요인은 원자재가격 상승이다. 게다가 최근 구제역 확산 등으로 원자재값이 더욱 오르면서 중소기업들이 입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구제역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업체 중 절반에 달하는 49%가 원재료비 부담이 급증했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53%) 기업이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원자재 수급상황에 대해서는 80%가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향후 조업가능일수에 대해서는 78%가 ‘2개월 미만’으로 응답해 상당수 기업들이 원자재 공급부족으로 2개월 이내에 조업중단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물론 내수부진도 기업사정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 그러나 내수부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 국내 경기사정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기업들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주범’인 원자재수급 안정화 대책이 절실하다. 거침없이 오르는 원자재값을 잡아야 기업들의 채산성이 살아난다. 기업들의 채산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지역산업 전반의 경기회복은 물론 고공물가도 잡을 수 없다. 또 지난 해 100억달러를 달성한 도내 수출기업들의 성과 역시 올해까지 이어질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방안' 등을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추가적으로 긴급할당관세 시행 검토에 나서고 있지만 최종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역경제의 기반인 중소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보다 더 현실적인 정부와 지자체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기업 역시 납품단가 인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등을 통해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는 자체적인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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