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하는 걸 담으려던 찰나, 아이들은 멈춰 서서 깔깔대고 선생님은 걸으라며 쩔쩔매고…그 상황이 그 민족을 제일 잘 말해주는 거 같아요.”

길도현의 첫 사진전 ‘사색의 땅에서’는 중국의 시골마을 및 소수민족을 소개한다. ‘명장촌’의 풍광은 장터, 무속신앙 등 6,70년대의 고향을 닮았으나 세태는 노인들과 아이들뿐인 지금의 고향과도 닿아있다. 어찌 됐든 간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서는 백색을 숭상하는 ‘백족’이 산다.

“백족 학생들에게 밥도 해 주시고 공부도 가르치고 계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한 삶 속에서도 그들만의 언어와 의상, 음식을 지켜나가는 태도 또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주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 단체전 대신 개인전을 택한 그는 3주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첫 번째 만남, 얼굴을 붉히며 웃기만 하는 두 번째 만남을 거쳐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세 번째 만남 즈음 되어야 작업이 가능했다고.

‘하루를 열며’시리즈에는 아침을 맞이하는 자들의 고단함 혹은 분주함이 묻어난다. 무거운 바구니를 이거나 계단에서 수레를 끄는 모습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켜보고만 있다.
‘일품천’도 마찬가지. 마치 악에서 선을 찾듯, 후미진 곳에서 탁 트인 공간을 바라보고 섰다. 예술보다는 일상에 충실한 시선은 풋풋함을 머금은 새내기와도, 전시장을 메운 흑백사진과도 잘 어울린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다큐멘터리도 만들 생각이에요. 여행작가로서의 행보를 기대해 주세요,”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교동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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