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를 호령하던 육군 중령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노수필가로…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삶이 펼쳐진다. 야촌 이기택 수필집 ‘그 산의 소리(수필과비평사)’

‘그 산의 소리’는 팔순에 다다른 작가의 첫 작품으로 가족과 고향, 전쟁을 다룬다. 정읍 시 북면에서 출생,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합격하며 교사를 꿈꿨으나 6.25전쟁 소집을 계기로 군인으로 살게 된 인생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탓이다.

책은 7부로 구성, ‘정의 교향곡’ ‘고향 산책’ ‘6.25전쟁과 나’, ‘밤하늘’ ‘국적을 포기하다니’ ‘우리 집 10대 뉴스’ ‘달구지는 덜그렁거리며 전진한다’ 순으로 이어진다.

‘정의 교향곡’은 그간의 편지를 모은 책으로부터 비롯됐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전우들, 어느덧 중년이 된 자녀들과의 서신을 통해 사랑보다 강한 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우리 집 10대 뉴스’에는 정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미운 정이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가정사가 그것. 수필공부 1년 만의 문단 데뷔, 아내의 백내장 수술, 막내딸 세 번째 그림 전시회 등이 자리한다.

‘고향산책’에서는 향수를 자극한다. 정읍을 대표하는 보물 제289호 피향정과 농경지가 돼 버린 저수지를 둘러보는가 하면 보릿고개를 넘기는 마지막 수단이었던 청맥죽을 떠올리기도 한다.

'3부 6.25전쟁과 나’에는 겪어본 이만이 알 수 있는 실상이 있다. 전쟁이 나자 뒤숭숭하기 이를 데 없던 나라 안과 학도병에의 지원 여부를 고심하는 청년 이기택이 그러하다.

서평을 맡은 김 학 시인은 “문장을 다루는 능력과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 또한 지니고 있어 수필가로서는 제격”이라며 “100세 시대이니만큼 꾸준하고 성실한 활동을 통해 실력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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