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높은 건물과 도시를 수놓은 불빛이 1106호에서 내다본 풍경이라면 익숙해져 버린 혼자 지내기와 가물가물할 정도로 하늘 지나치기는 1106호에서 길러진 습관이다. 문득 궁금해졌단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

7일까지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김병철의 두 번째 개인전 ‘Night and Day fairy(밤과 낮의 요정)'은 그가 사는 1106호로부터 비롯됐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공허한 현실을 깨닫게 해 준 탓이다.

“밤이고 낮이고 불이 켜져 있는 집 앞 회사와 비현실적인 존재 요정에서 착안한 제목인데요. 마음보다는 물질, 본질보다는 현상에 치중하는 시대를 통해 나아온 길 혹은 나아갈 길을 점검해보자는 거죠.”

이전에는 입체작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번에는 설치 1점, 회화 10점 등 평면작이 주를 이룬다. 형상을 거품으로 그려, 멀리서 보면 그럴싸하나 가까이 보면 무너질 듯한 시대와 닿아있다. 건축 나아가 현대의 시원격인 타지마할과 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을 담은 ‘밤과 낮의 요정’ 연속물이 그것.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목적으로서의 그것보다 앞선 ‘슬픈 현실’, 피라미드를 가진 대신 자연과 순수를 잃게 된 ‘위험한 거래’도 같은 맥락이다.

김 화백은 “탁자 다리가 없는 등 온전하지 못한 구조나 나팔, 돋보기처럼 뭔가를 확대하는 재료도 그 일환”이라며 “꼼꼼히 살펴보면 내용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언어와 언어, 물건과 물건의 충돌이 빚어내는 ‘낯섦’ 또한 특징이다. 설치작 ‘1106’를 보면 창문 앞에 ‘ㄱ’자 모형을 설비, 거품과 함께 글씨가 나온다. 아파트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간략히, 단어로 적어 천차만별의 줄거리를 자아내기 위해서다.

“뭐가 더 좋다고 할 순 없지만…개인적으로는 사회적인 발전과 인간적인 정서가 같이 갔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요?”

한편 김제 출생인 그는 군산대 도예과 및 군산대학원 서양화과를 마쳤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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