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동 1-7’의 이번 주제는 ‘중독’이다. 어떠한 사물이나 사상에 젖어, 제대로 판단치 못하거나 반복된 행동을 일삼는 상황을 통해 예술가의 그것 ‘작업’을 풀어내기 위해서다.

‘연화동 1-7’은 전북대 교수 엄혁용을 비롯한 청년 조각가들의 모임으로 김성석 김효경 박광현 박재연 온승현 윤길현 이상현 이호철 이효문 한정무가 참여한다.

동문을 모아 친분을 쌓는 식의 단체전에서 벗어나 뜻을 우선시했다는 게 특징. 전주 덕진공원 뒷동네인 ‘연화동’에서 따 온 이름에서는 중앙의 보편성에 따라가기보다는 지역의 특수성을 찾아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북의 이모저모를 형상화한 창립전(2009) ‘사람, 자연 그리고 전북’, 의자, 장식품 등 기능성을 강조한 2회(2010) ‘조각가의 방’에 이은 전시에서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돋보인다.

주제의 광범위함으로 인한 재료 및 형태의 다양성 덕택이다. 이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생김과 돌, 철, 나무, FRP에서 사마귀에 다다르는 소재에서 알 수 있다.

엄혁용의 ‘시간 속으로’는 8, 90년대 한 번쯤은 접해봤을 괘종시계를 닮았다. 철로 된 큰 틀 안, 사람 형상을 한 알루미늄 부조와 시계추 역을 맡은 중국 후한 시대 말이 그것. 역사 속 말을 통해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반복됨을 얘기하는 듯하다.

이호철의 ‘아침무지개’는 전작 ‘감춰진 나침반’에 비해 다소 안정적이다. 꿈을 좇을지 내려놓을지의 기로에서 진정한 예술가에의 길로 고민이 바뀐 탓이다. 무지개를 희망으로 명명, 늘 품고 있으나 이루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다행이면서 불행인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자주 만나 얘기한 결과, 일상의 반복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생각도, 사람도 고이기 전에 이 단체를 파하고 다른 단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는 31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계속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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