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인생에 빗대곤 한다. 선택에 따라 갈라지나 어디든 다다른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일까. 오늘을 살고자 오늘도 걷는 이가 있다. 현대판 김정호, 신정일의 ‘길에서 행복해져라(상상출판)’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로 ‘신정일의 신택리지’ ‘느리게 걷는 사람’ ‘섬진강 따라 걷기’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등 50여권을 써 낸 저술가가 또 신작을 내놨다.

문화답사를 곧잘 따라다녔던 둘째 아들 신하늬의 그림을 더해 길에서 본 나, 너 그리고 세상을 풀어내고 있다. ‘길에서 만난 세상’ ‘길에서 나를 만나다’ ‘길에서 만난 사람’ ‘길이란 무엇인가’ 순.

‘1부 길에서 만난 세상’에서는 걷는 연유부터 밝힌다. 상쾌함보다 우울함을 느낄 때가 많지만 살아있다는 걸 깨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는 ‘산천을 걷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대부들의 산천 유람관과도 닿아있다.

‘2부 길에서 나를 만나다’에서는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홀로 또는 여럿이 도보하며 내가 누구인지, 어디쯤 와서 어디로 갈지 끊임없고 묻고 답해야 했던 터다. 전국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는 여행자가 되고 수 십여 권을 출간한 작가가 되는 등 꿈도 이뤄졌다.

‘3부 길에서 만난 사람’에는 운명을 결정지어 준 초등학교 선생님,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김지하 시인, 1980년대 안기부 지하실에 만났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소중한 인연들도 길이 아니라면 만나지 못했으리라.

‘4부 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배우고 느낀 것을 실천하라 당부한다. 더딜지라도 헤맬지라도 ‘자기만의 오솔길’을 찾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김용택 시인은 “길에 대한 명상을 또박또박 적어놓은 비결”이라고, 조용헌 동양철학연구소장은 “강호낭인과 같은 그의 끈기와 집념에 한 번쯤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