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인식하는 것이 인간의식의 개화를 가져온다’

지난 2월, 미국 남부의 신분사회 및 음악현장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이다. 음악을 경험의 산물이라고 봤을 때, 재즈와 블루스 이전에 미국 흑인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는 것. 방대한 역사를 다룬 이 책을 음악평론가가 써야 했던 이유다.

김진묵의 ‘흑인 잔혹사(한양대학교출판부)’는 ‘재즈와 블루스는 이렇게 시작됐다’는 결론을 정해놨음에도 재즈는 물론 음악에 관한 언급조차 없다. 10부로 구성, 노예의 기원부터 해방 이후의 인종차별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할 뿐이다.

“재즈는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고난에서 피워낸 꽃입니다. 사슬에 묶인 채로 노래한 까닭이 채찍질한 감독관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더 말이 필요없겠죠. 요즘 연주자들을 보면 감각에 치중하는 거 같은데 그만큼 정신도 중요하단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각 장의 첫 줄을 제목으로 정해, 시대와 내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 또한 특징. 이는‘그리스의 노예는 빚을 갚지 못해 재판을 통해 노예로’ '콜럼버스가 카리브 해 지역에 최초로 상륙했을 때’ ‘병든 흑인들을 바다에 쳐 넣어라’ ‘노예들은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었다’ 에도 드러나 있다.

마지막 장인 ‘해방이후 인종차별’에서는 검둥이는 뒤쪽으로 가야한다는 버스 기사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흑인 부인의 법정다툼을 실었다. 구명에 나선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유명한 연설 어구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김진묵은 80년대 중반부터 재즈평론가로 활동했으며 2010년 이후부턴 전통가요(트로트)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명상’ ‘이상한 과일’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김진묵과 함께 떠나는 세계 명상음악 순례’ 등이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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