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상화의 비밀은 ‘전신사조’에 있다.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성품을 지녔는지 알 수 있도록 형상에 정신을 담아내는 탓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윤두서의 자화상이 있다. 구체적인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대결하듯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과 지나치리만큼 날이 선 수염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몸을 생략한 채 얼굴만 담아낸 것도 이 때문.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전신사조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 2012년 1월 29일까지 미술실에서 특집전 ‘전북인의 얼굴’을 연다.

지역에서 나고 자랐거나 활동했던 인물 5명의 초상으로 ‘이상길’ ‘하연부인’ ‘강응환'을 비롯한 석지 채용신의 작품 2점이 자리한다.

전북유형문화재 제81호 ‘하연부인 초상화’에는 세종 때의 명신, 하연(1376-1453)의 부인 성산이씨가 있다. 부부 초상의 일부로 여러 개의 모사본이 존재하며 보기 드물게 여성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북과는 세종 4년(1422) 전라관찰사 당시 인연이 닿았다.

보물 제792호 ‘이상길 초상화’는 남원 출생으로 선조 18년(1585) 문과에 급제한 뒤 평안감사 및 공조판서를 지낸 이상길(1556-1637)의 모습이다. 낮은 모자와 담홍색 단복을 착용한 채 두 손을 맞잡은 전신상은 어딘가 편안하다.

전북유형문화재 제130호 ‘강응환 초상화’에는 전란에 대비해 지도를 만드는 한편 애국애족이 주제인 ‘물기재집’을 펴낸 고창 출신 무신(1735-1795)의 기백이 서렸다. 이는 야무진 눈매와 탄탄한 골격, 날카로운 턱선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진정환 학예연구사는 “터럭 한 올도 놓치지 않으려는 화가의 마음가짐이 묻어난다”면서 “전기와 중기, 후기를 망라해 시기별 화풍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의는 223-5651./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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