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결승전 승부처

전북현대는 5년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설 기회를 잡았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상대는 수원과 난투극까지 가며 비 매너로 결승에 오른 카타르 알 사드다.
4만1805명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알 사드 선수가 그라운드에 누어 시간을 보내면 야유를 통해 경기 속행을 유도하는 등 선진국 축구 팬 이상의 응원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알 사드에게 미소를 보였고 전북과 홈팬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던 전북은 골대만 3번을 맞히는 등 불운이 이어졌고 알 사드는 몇 안 되는 공격에서 득점을 올렸다.

△‘에닝요 존’에서의 마법같은 프리킥=에닝요는 페널티 에어리어 좌우 10m 지점에서 프리킥을 하면 10번 중 8번은 골로 연결된다. 그래서 ‘에닝요 존’이 나왔다. 이날 경기도 전반 18분 루이스가 ‘에닝요 존’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에닝요가 오른발로 감아찬 볼은 마법에 걸린 듯 수비벽을 넘어 골 망을 흔들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로 빠졌다. 전북의 선제골이 터지자 중립지역인 프레스석도 환호가 터졌다.

△쉽게 내준 자책골=4강 수원전서 관중을 구타하고도 AFC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은 케이타가 찬 긴 크로스가 심우연의 머리에 맞고 전북 골문으로 들어갔다. 예상치 않은 골에 경기장은 침묵이 흘렀고 서포터스는 “괜찮아”로 힘을 실어줬다. 최 감독은 “이 실점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천금 같은 동점골=1-2로 뒤진 전북은 총 공세를 펼쳤으나 알 사드 선수들이 갑자기 ‘침대축구’에 맥이 끊기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대로 갖가지 핑계로 시간 지연작전을 펼치기 시작했고 자기끼리 부딪혀 쓰러진 뒤에도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패색이 짙은 시간, 해결사로 투입된 이승현이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넣었다. 에닝요의 코너킥을 이승현이 머리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자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환호성은 하늘을 찔렀다.

△너무 아쉬운 연장전과 승부차기=중동축구는 이기고 있을 때만 침대축구를 한다는 모습을 확인했다. 전북은 연장전에서 승부를 끝냈어야했다. 전북은 전후반, 연장전 120분 혈투 중 골대만 3번을 때렸다. 이 중 하나만 들어갔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최 강희 감독은 “단판 승부라서 승부차기도 연습했다”고 했으나 나이 많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두 개가 막혀 끝내 준우승에 머물렀다.

△관중의 힘, 전북의 힘=지난 6월 한국과 가나전 이후 최다 관중이 모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주는 유럽 축구장 열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이날 4만1805명이 입장한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카드섹션과 파도타기 등으로 전북의 힘들 보여줬다. 최 감독은 “도민들에게 감사하다. 열정적인 응원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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