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훌쩍 넘긴 박남재 화백에게는 이런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림을 본 관람객이 자신을 만나면 깜짝 놀란다는 것. “젊은 작가가 그린 줄 알았는데…”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렇듯 화가에게 있어 젊음이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작품 그 자체란 발상에서 출발한 전시가 있다. 26일까지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계속되는 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 2012 신년 기획전 ‘전과 피자’.

참여작가는 이적요(서양화) 이건호(서양화) 임희성(한국화) 이현경(서양화) 조은지(서양화) 김영배(조각) 등 6명.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를 아우르되 실험과 도전 정신만큼은 청년 못지 않은 이들로 선정했다.

김영배의 ‘삶-그 현장의 끝에서’에는 자신의 일상의 녹아 있다. 바로 용접이다. 재료 중에서도 금속을 즐겨 사용, 하루에도 몇 번 씩 금속을 녹이고 붙인 경험을 토대로 용접 마스크를 형상화했다.

이현경의 ‘놀아볼까’는 동화 같다. 하지만 그 이면은 씁쓸하다. 파스텔 톤으로 칠하고 사람을 캐릭터화하는 등 표현은 부드럽지만 실은 차 한 잔 즐길 여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양산한 현대를 꼬집기 때문이다. 좀 더 즐겁게, 놀면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조은지는 수녀와 전사, 학생, 황진이 등 닮은 듯 다른 6개의 자화상을 내놨다. 그는 “내면에 있는 모습들을 묘사했다”면서 "혼자 떼어놔도 작품성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수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기획을 맡은 이문수 큐레이터는 “김치전만 좋아할 것 같은 나이에도 피자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피자만 좋아할 것 같은 나이에도 김치전을 즐기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이들에게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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