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마늘, 피망, 파스타면과 같은 식재료들이 컵, 냄비 등 주방도구와 함께 식탁에 놓였다. 그들이 지닌 총천연색과 금․은색을 중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황금빛이 감돌고 있다. 그림일까? 사진이다.

18일까지 교동아트기획초대전으로 열리는 박승환의 다섯 번째 개인전 ‘식탁의 정원’은 지난해 선보인 ‘사실을 넘어서(Beyond Reality)'의 연작이다.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해석의 폭이 넓어졌다. 작품을 위한 물건에 불과하던 채소가 조리를 할 수 있는 음식으로서의 특성까지 되찾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만들기 위해 썰었거나 먹기 위해 포크에 꽂은 모습이 예.

“전보다 현실적일 순 있겠지만 밋밋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정물화적인 요소를 끌어들였고 최대한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정물화 같은 사진’ 정도 될까요?”

실제로 작품은 구도, 색감 등 모든 면에서 정물화를 방불케 한다. 의도한 느낌을 내기 위해 사용한 기법은 ‘자연스러움’. 30여 년간 사용한 아날로그 카메라로 식재료 본연의 색을 살리고 빛의 각도를 활용, 특유의 황금빛을 포착했다. 촬영 후에도 일절 손질은 없었다.

“디지털로 찍으면 지시하는 대로만 나오고 포토샵과 같은 후반작업도 꼭 필요합니다. 반면 아날로그는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고 의외성도 있죠. 그래서 이번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정영혁 전주포토페스티벌 디렉터는 “전반적으로 황금빛이 머무는 화면과 피망의 적․녹색, 브로콜리의 또 다른 녹색, 마늘의 미색 등 색감의 본질, 도구들의 동색이 어우러져 절묘하다”면서 “그가 오랫동안 해 온 현란하고 맛깔스런 요리사진과는 달리 안정적이고 평온하다”고 평했다.

한편 박승환은 전주대 시각디자인(사진)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현대사진미디어 연구소장과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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