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만 끈 겁니다. 돼지고기 출하 중단을 막았다지만 불씨는 살아있죠.”(김인철·57)

2일 낮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양돈농가에서 만난 김 씨는 “돼지고기 출하 거부 철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깊은 한 숨을 내쉬웠다. 차라리 출하 중단을 통해 양돈농가들의 실상을 알리고 생산비 보전을 위한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은 양돈협회가 정부의 삼겹살 무관세 수입에 반발해 돼지고기 출하를 중단하기로 한 날이다. 협회는 소속 양돈농가에게 출하금지에 동참하도록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집단행동으로 정부에 맞서기로 했다. 하지만 예정일 하루 앞두고 삼겹살 7만t 무관세 수입에 대해 정부와 협회가 오는 6월까지 2만t으로 양을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출하 중단 문제는 일단락 됐다.

김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 돼지를 출하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인 탓이다. “1년 전 구제역 발생 이후 치솟았던 돼지고기 가격이 올해 들어 평년수준을 되찾았으나 갈수록 오르는 사료값과 연료비 등 때문에 1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4만원씩 손해 보고 있죠.” 이런 불만은 모든 양돈 농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양돈 농가는 새끼 돼지를 어미 돼지로 키워 출하하는 데 6개월의 공을 들인다. 이 기간동안 돼지가 먹게 되는 사료양은 28만원선. 하지만 돼지가격(110kg)은 3월 기준으로 34만 3000원에 거래됐다. 나머지 5만원 안팎의 돈으로 인건비와 연료비 등을 보전하지 못한다는 게 용돈 농가의 설명이다.

소양면에서 돼지 150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모(51) 사장도 “생산비도 못건지는 상황에서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삼겹살을 무관세로 들여와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은 국내 양돈농가를 사지에 모는 격”이라며 “정부는 돼지고기 1kg당 4500원(정육가)을 받지 못하면 보전해주기로 했으나 현재 4200원에 거래되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방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그는 이어 “돼지고기 값은 평년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사먹는 삼겹살 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양돈 농가와 소비자들이 몸소 느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돼지 생축가격은 2010년 6월 35만 2000원, 9월 34만 3000원, 11월 30만원으로 35만원 안팎으로 거래됐으나, 구제역 발생 이후 수급 불균형으로 2011년 6월 58만 10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다 무관세 삼겹살 수입으로 올해 들면서 평년값을 되찾았다.

양돈농가는 여전히 생산단가도 못 맞추는 돼지 값에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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