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도입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노·사간 임금협정이 이번 전주 시내버스 파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일 호남고속이 이 협정을 이유로 교섭중단을 선언한 이후 일부 사측들도 교섭에 응하지 않아 더 이상 실무교섭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버스파업 문제가 또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 ‘교섭창구 단일화’ 주장하는 사측들 = 지난 2일 호남고속 사측이 교섭중단을 선언한 이후 파업 장기화 여부를 가늠할 기로에 섰다. 2012년도 임금협정을 앞두고 호남고속이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신성여객과 제일여객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서 더 이상 실무교섭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일부 사측이 내세우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이후 단체협상에 나설 대표노동조합을 뽑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돼 있다. 사측은 이달 1일 한국노총이 임금협정을 요구하면서 대표노동조합을 가리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진전을 보여왔던 버스 노·사교섭이 또다시 중단위기에 놓이게 됐다.

임금협정은 한국노총의 요구에 사측이 7일간 ‘교섭요구 사항’을 공고한 뒤 다른 노동조합의 참여여부에 대해 5일간 공고하고 나서야 자율교섭 등의 단계를 진행하게 된다. 현재 교섭요구 사항 공고는 2일 호남고속, 3일 신성여객과 제일여객이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달 14일까지 민주노총은 교섭 참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번 임금협정의 지위를 한국노총이 갖게 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쉽사리 교섭 참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 진퇴양난에 빠진 민주노총 =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단체협약에 집중하고 있다. 2년마다 진행되는 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자동적으로 교섭대표권 지위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협정에 나서더라도 협상을 마친 뒤 사측이 단체협약을 추진할 지 여부도 불투명한터라 민주노총 입장으로선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법원의 단체교섭 응낙가처분 결정 효력도 지속됨에 따라 교섭을 지속해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은 임금협정으로 인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단체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전주지청도 “임금협정과 단체협약의 성격은 다르기 때문에 교섭응락가처분 결정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단체협약 진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법원의 교섭응락가처분 결정을 받은 회사는 호남고속과 전일여객 두 곳 뿐이었다. 나머지 회사가 단체협약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그렇게 될 경우 가처분 결정을 받은 2개 회사도 형식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어 또다시 기나긴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교섭응락가처분 결정의 효력도 정확한 판가름이 나지 않은 상태다.

▲ 향후 전망 =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내주가 고비일 거라는 전망이다. 버스 파업 해결촉를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민주노총으로선 4.11총선이 끝날 경우 조합원들에게 명분을 내놓을 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내주 주말쯤 임금협정 과정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하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생활고로 인한 조합원들의 이탈현상이 이어질 수 있어 버스 운행 정상화는 이달안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망도 나오고 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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