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국보로 지정·예고된 태조어진의 가치 제고와 경기전 유료화를 위해 40여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어진박물관이 한글 맞춤법은 물론 잘못된 단어 표기로 인해 관광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한글과 한지 등 한스타일 선도도시를 자처하면서 500만 관광객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데다 각종 문화축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0년 태조어진의 가치 승격과 경기전 유료화를 위한 콘텐츠 확충 차원에서 모두 46억 원을 투입, 경기전 뒤편에 지상 1층, 지하 1층, 건축 연면적 1193㎡ 규모의 목조건물로 어진박물관을 건립했다.
어진박물관은 태조어진을 모신 공간인 정전(正殿)보다 규모가 작은 반면 지하층의 공간이 크게 만들어져 전시와 유물의 보관이 가능토록 건축됐으며 태조 어진을 봉안하는 어진실과 가마실, 역사실, 기획전시실 등을 갖췄다.
문제는 어진 봉안과 관련된 각종 유물 등의 소개 글에 맞춤법에 맞지 않는 조사는 물론 틀린 한자까지 표기되면서 일반 관광객은 물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부터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경묘와 조경단에 대해 설명한 글 가운데 '고종이 친히 대한조경단라고 쓴 비를 세웠다'는 문구에서는 '이'라는 조사가 빠져 있다. 또한 경기전중양대제 소개 글은 '숟가락을 수라기에 꽂고 젓가락을 바로 놓는 '삽시정시'..'라고 잘못 표기됐다. 정시가 아닌 젓가락 '저'자를 써 정저라고 표기해야 맞다. 이와 함께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태조어진 봉안행렬이란 소개판에서는 '경기전에 봉안할 때의 기록인 '어진이모도감의궤'과 1838년 태조어진을...'이라고 표기, 연결형 조사에 있어 앞 글자에 받침이 없을 경우 '와'로 표기해야 하는 기본적인 철자법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밖에 어진박물관이 주관해 지난달부터 오는 6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복본 사업 특별전시전 가운데 '실록청은 ...명칭과 규모를 알수 있은 것은'이라고 써 ‘있었던’이나 ‘있는’이라고 써야 하는 철자법을 지키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어진박물관을 찾았다가 잘못된 표기 정정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시민 김모씨(45)는 "학생들까지 400여만 명의 방문 관광객들과 돈을 내고 들어오는 경기전 유료 관람객을 위해 40억 원 넘게 돈을 들여 지었다는 어진박물관이 오히려 전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정정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틀리지 않았을 것이고 지적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소중한 시민 혈세가 지역 브랜드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행정기관의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영무기자·kim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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