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계의 숙원, 이번엔 이뤄질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박성현선수가 양궁 여자 개인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전북도에서는 국제규모의 양궁장인 ‘박성현 양궁장’을 세우기로 공언했다. 고장의 명예를 드높인 박 선수의 공을 인정하고, 전용 구장 및 훈련장이 없는 양궁인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부지선정과 예산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양궁장은 들어서지 못했다.
 4년 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성현 선수가 단체 및 개인 은메달을 획득하자 ‘박성현 양궁장’ 건립 필요성이 또다시 거세게 일었다. 양궁장 건립의 핵심 열쇠를 쥔 전북도가 예산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면서 성과없이 4년이 또 훌쩍 지나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번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단체 금메달과 개인 은메달을 땄던 이성진 선수가 단체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성현 이성진 두 소속 선수의 활약으로 전북도청은 아테네 올림픽 이후 3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양궁 명가로 우뚝섰다. 전북도청 소속은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단체 금메달을 딴 최현주(창원시청) 선수 역시 전북체고와 우석대를 나온 전북이 배출한 양궁계의 거목이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의 산실인 전북에는 아직까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할 수 있는 전용 양궁장이 없다.
 양궁명가 전북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전용 양궁장을 만들어야한다는 여론이 게세게 일고 있다.
 1일 전북도양궁협회에 따르면 도내에서 육성중인 양궁선수는 초?중?고?대학생 1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전북도청과 NS농수산홈쇼핑 등 2개의 실업팀이 운영 중이다.
 도내에서 활동 중인 양궁 동호인 150여명을 포함하면 도내 양궁 인구 규모는 26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선수들을 수용할 전용 양궁장이 없어 각 학교나 팀별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합동훈련은 물론 시물레이션 경기조차 진행된 적이 없다. 도내 양궁계는 전국체전 선발전은 물론 크고작은 대회가 열리면 경기를 치를 장소가 없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실업팀 역시 전북도청은 완주 소양소재의 운수연수원에서 NS 농수산홈쇼핑 팀은 인근 공장인 한국 썸벧에서 더부살이 하고 있다.
 도내 양궁선수들이 공동 훈련장으로 이용중인 곳은 전주시 금암동 종합경기장 뒤편에 있는 덕진양궁장이 유일하다. 전북양궁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그러나 무허가 건물인데다 장소도 비좁아 선수들의 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과녁거리는 남자 90m, 70m, 50m, 30m, 여자 70m, 60m, 50m, 30m. 이곳에서 쏠 수 있는 최장거리는 70m에 불과하다. 과녁 사이의 간격도 5m 내외여야하지만 5m 사이에 4개의 과녁을 놓고 활을 쏘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종합경기장 개발을 이유로 내년 2월까지는 자리를 내줘야한다.
 NS 농수산홈쇼핑 양궁팀의 남교현 감독은 “최근에 각종 대회에서 전북 양궁선수들이 큰 두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며 “그러나 선수 육성을 위한 훈련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양궁협회 강만수 전무이사도 “올림픽은 물론 전국체전에서 상위권 입상으로 양궁이 효자종목이라는 치하를 받지만 그때뿐이다. 전용 양궁장 건립은 양궁계의 숙원사업이지만 메달을 딴 이후에만 반짝 관심을 끌 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며 “전북양궁의 명성을 지키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용 양궁장 건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아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부지와 건립비 등 예산이 수반된 문제기 때문에 쉽게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며 “양궁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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