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을 열면,
칠흑보다 더 짙은 암흑이 여러분을 집어삼킬 거예요.

그러나 뒷걸음질 치지 마세요.
결국에 암흑은 익숙해질 테고 심지어 즐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본문 중

전라도의 농촌을 담아내던 시인 박성우가 첫 창작그림책 ‘암흑식당(샘터․그림 고지영)’으로 돌아왔다.

'암흑식당’은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영업 중인 식당의 명칭. 시각 대신 후각과 촉각, 미각이 발달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글쓴이는 위의 암흑식당을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먼저 암흑식당이 낯설고 두려운 공간만은 아님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자궁에서 무려 십 개월 남짓한 시간을 머물렀고, 당시 그 곳은 세상 어느 장소보다도 안전하고 따스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는 고통을 마주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심지어 기회나 기쁨으로 바뀌기도 한다는 세상이치를 짚어주는 듯하다.

또 책에는 시각 외의 감각이 날카롭고 생생하다. ‘투둑 투두둑 툭툭 빗소리일까? 생선 굽는 소리일까?/칙폭 칙폭 칙칙 폭폭 치익. 기차 소리일까? 밥이 되는 소리일까?’ 등이 예다.

그림 또한 어둠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인데, 연필과 흡사한 물감을 사용해 동양화처럼 중첩되는 느낌을 살리고 콩테와 색연필, 트레싱지 등으로 다채로움을 더한다.

출판사 관계사는 “주제에 대한 상상력과 특유의 위로가 돋보인다”며 “아기부터 어린이, 어른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성우는 정읍 출생으로 원광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 등단했으며 제25회 신동엽창작상(2007년)과 제3회 불꽃문학상(2008년)을 수상했다. 현재는 우석대 교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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