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만 써야 한다. 외래어는 고유어로 바꿔야 한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세계에 수출하자…우리나라는 지금껏 언어 민족주의 국가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국어연구원이 ‘짜장면’ ‘먹거리’처럼 자주 사용되면서도 대접받지 못했던 단어들을 표준어 반열로 상승, 언어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 극심한 민족주의에 시달리던 한글을 민주주의로 처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경봉 원광대 교수가 펴낸 ‘한글 민주주의(책과 함께)’는 한글과 한국어를 동일시했던, 즉 한글 민족주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부터 언급한다.

세종대왕은 소리문자가 필요하다는 역사적 요구에 의해 문자를 만들고 이를 ‘훈민정음’이라 칭했다. 하지만 당시사람들은 한문과 대비해 ‘언문’이라 불렀고, 근대화가 돼서는 ‘속되다’를 함축하는 언문 대신 ‘국문’을 쓰게 됐다. 일제강점기 때는 국문과 국어가 각각 일문과 일본어를 뜻하는 말이 돼, 대한제국의 글이라는 뜻을 지닌 한문을 풀어낸 ‘한글’을 쓰게 된 것.

저자인 최경봉은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한글’은 독립의 의지를 일깨우기도 했고 민족을 상징하기도 했다. 한글을 지키는 게 곧 우리말을 지키는 길이었던 상황에서 말과 글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했을 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틀을 깰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다문화사회 등 세계화가 돼 가고 있는 만큼, 한국어와 한글을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어 그는 “‘한글이 없다면 우리말(정체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극복하고 ‘한글문화가 풍부해진다면 우리말 문화도 더욱 풍성해진다”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논리를 주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책방안으로는 맞춤법의 원칙 완화, 계레말큰사전 편찬, 다른 언어공동체와의 평화적 공존 등이 제기됐다.

한편 책은 ‘1부 민권-한글과 더불어 성장한 민주주의’ ‘2부 자주-한글로 지켜야 할 주체성의 한계’ ‘3부 평화-한글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모색’ 순이다.

김제 출생으로 고려대와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한국어연수부 및 국어사전 편찬실을 거쳐 현재는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관용어사전’ ‘국어명사의 의미 연구’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등이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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