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큰일났어. 대목은 코앞인데 안오른 게 하나도 없으니 특수나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겄어.”
“돈 10만원 들고 나와봤자 장바구니에 담을 게 없어요. 살건 아직도 많은데 돈은 금세 바닥나버리니 장보러 나오기가 겁나네요.”
추석명절을 열흘여 앞둔 19일 오전 전주 남부시장. 추석까지 시일이 남아서인지 아직까지는 대목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수확기 태풍의 영향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뜸한 상황이다.
큰 맘 먹고 시장을 찾아도 선뜻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힘들다. 예년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면서도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구매력이 떨어지니 상인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석은 품목에 따라 1년 장사의 절반이라고 말할 만큼 유통가에서 연중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히지만 물가 상승과 대형마트들의 공세에 전통시장을 지키는 상인들은 “추석 특수는 옛말”이라고 푸념을 쏟아냈다.
남부시장에서 건어물 상회를 운영하는 A상인은 “멸치와 오징어 어획량이 줄면서 건어물 가격이 급등했다.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 멸치의 경우 지난해 2만원선에 거래됐는데 올해는 3만원선까지 올랐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까지 치솟으니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밤, 대추 등과 같은 제수품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햇밤은 지난해 1kg에 3000~4000원에 판매되던 것이 올해는 5000~6000원에 팔린다. 그러니 손님들이 구매하는 양이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
건어물 상가 앞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밤·대추·김·건새우 등 조금씩 밖에 안샀는데 5만원이나 나왔다”면서 “비싸다고 조상님들 차례상 안 차릴 수는 없으니 딱 상에 올릴만큼씩만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채소류 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다. 오이, 호박 등 열매 채소는 물론 대파, 배추, 고추까지 적게는 20%, 많게는 10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남부시장에서 내로라한다는 야채가게 주인은 “지난해 이맘때 1포기 2500원하던 배추는 5000원으로, 1kg에 3000원하던 대파는 6000원까지 치솟았다”며 “식당업자 등 꼭 사야하는 사람들만 어쩔 수 없이 구입하지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만 묻고 발길을 돌리거나 예년에 구입하던 물량의 반만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낙과 피해를 입은 과일 역시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품 배(7.5kg 한상자)의 경우 4만5000~4만7000원선에, 중품 배는 3만2000~3만5000원선에 판매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1만원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상인들은 워낙에 찾는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도 가격형성이 낮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상인들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설 명절과 달리 추석 대목은 3~4일전이 최고점에 이른다면서 다음주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현수 남부시장 번영회장은 “예년만큼은 아니더라도 10~20% 가량의 매출상승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온누리상품권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층 손님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면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silver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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